[21세기 대학개혁 방향]오쿠시마 와세다대 총장에게 듣는다

  • 입력 2001년 10월 30일 18시 57분


《한국을 방문 중인 오쿠시마 다카야스(奧島孝康·62) 일본 와세다(早稻田)대 총장이 29일 고려대에서 명예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 총장에 취임한 이후 한국을 비롯한 해외 대학과의 교류에 특히 노력해 온 그를 만나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대학의 역할, 한일 대학 교류의 방향 등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다. 오쿠시마 총장은 31일 출국한다.》

-지식정보화 사회를 맞아 대학도 전면적인 구조조정의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대학 개혁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와세다대도 대대적인 개혁작업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총장께서 가장 초점을 맞추는 분야는?

▼中등 외국대학과 원격교육▼

“와세다대는 대학 개혁에서 세 가지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전문대학원의 육성입니다.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집단을 양성하는 것이 목적인데 현재 세 개의 전문대학원 외에도 앞으로 3, 4개의 전문대학원을 더 만들 계획입니다. 둘째는 국제화입니다. 그 중에서도 국가 간의 원격교육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원격교육이란 화상이나 인터넷을 통한 교육을 말하는 것이지요. 특히 중국 등지에서 원격교육에 대한 협력 요구가 적지 않습니다. 셋째는 학부에서 인문과학의 강화입니다. 이는 다원화된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종합적인 역사 인식을 가진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것입니다.”

-올해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역사교과서 왜곡문제, 한일어업협정 등 많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가깝고도 먼 이웃으로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한일관계도 새로운 세대를 맞고 있습니다. 일본인의 한 사람으로서 역사교과서 왜곡과 같은 문제를 보며 부끄럽게 생각하고 반성도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문제의 역사교과서 채택률을 보면 일본의 중학교 가운데 이 역사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는 0.04%에 불과합니다. 이를 보면 한일관계가 이미 상당히 성숙된 단계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분위기를 잘 살리면서 서로 노력을 한다면 한일 관계는 더욱 발전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에는 일본의 전후 책임, 일본 군위안부, 기아, 세계 평화 등의 문제를 다루는 양심적 지식인들의 모임이나 세미나도 끊이지 않고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미국과 이슬람권의 갈등을 보면서 제2차 세계대전을 직접 겪으신 일본의 지식인으로서 느낌을 말씀해주시지요.

“일부 이슬람인들이 저지르고 있는 극한적 방법으로는 미국과 이슬람권 사이의 대립의 골을 깊게 할 뿐입니다. 이는 한일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사 왜곡 등의 문제에 대해 한국인들이 일본에 대해 수정을 요구하며 잘 참고 기다려 주시는 점에 감사드립니다. 일본과 한국 관계의 역사는 약 3000년으로 일본의 대외 관계에서 가장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 36년간의 불행한 역사는 긴 것이 아니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만 이는 분명 한국인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주었고 실제로 이 상처를 치유하는 데는 앞으로도 반세기가 더 걸릴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치유를 위해 노력할 것이고 또한 노력해야 합니다. 일본으로서는 앞으로 한국과의 관계가 동아시아 관계의 중심이 될 것이며 나아가 세계 평화를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서로 이해하고 교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고려대와 와세다대의 대학 교류는 오랜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21세기를 맞아 한일간 대학 교류의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와세다대와 고려대는 28년째 교류를 해 왔습니다. 보통 30년 정도를 한 세대로 보니까 이제 21세기는 두 대학의 교류사에서 두 번째 세대에 들어선 셈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외형적 교류만이 아니라 서로의 생활과 문화를 깊이 이해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봅니다. 한일관계가 유난히 어렵고 복잡한 이유가 무엇보다도 한국에 대한 일본인들의 이해 부족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제 새로운 단계에 들어선 두 대학의 교류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를 구체화시키기 위해 와세다대와 고려대에 상호 사무실을 개설하고 양교의 학술교류를 위한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고 고려중앙학원에서 1차분으로 5억원을 출연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양교간의 교수, 학생의 교류가 활발해질 경우 공동학위를 수여하기로 하고 세부적인 사항은 소위원회를 구성하여 협의하기로 고려대측과 합의를 보았습니다.”

와세다대와 고려대는 이와 별도로 공동 하계강좌를 개설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양교는 중국 베이징대학을 포함한 3개 대학의 교류 협력을 위한 컨소시엄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오쿠시마 총장은 전했다.

▼전세계 1600명 와세다서 연구▼

-1999년 방한하셨을 때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교육 및 연구 컨소시엄을 추진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이번 고려대 와세다대 베이징대와의 교류 컨소시엄말고도 그 동안 이 분야에서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는지….

“아태 지역의 교육 및 연구 컨소시엄 구성은 와세다대가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목표의 하나입니다. 그 성과로 와세다대 대학원에 아태 지역의 정치 경제 외교 등 여러 문제를 연구하는 아태 지역 연구분야 컨소시엄과 국제교류의 정보화를 위한 인재를 육성하는 국제정보통신 연구분야 컨소시엄을 설립했습니다. 이 두 곳에는 전 세계에서 현재 약 1600명의 학생들이 모여 연구하고 있고 그 가운데 약 80%가 아태 지역에서 온 유학생들입니다. 와세다대에서도 이들 지역으로 현재 약 300명의 학생들을 보냈습니다. 이밖에 50여개의 아태 지역 대학과 교류협정을 맺고, 또 교류를 확대하면서 아태 지역의 대학을 잇는 네트워크가 거의 완성 단계에 와 있습니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오쿠시마 총장 약력▼

△1939년생

△1963년 와세다대 법 학부 졸업

△1969년∼현재, 와세 다대 법학부 교수

△1976년 와세다대 대 학원 법학박사(상법 경제법 전공)

△1981∼1994년 와세다 대 교무부장, 도서관 장, 법학부장 등 역임

△1994년∼현재 와세다 대 총장 겸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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