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아파트…지하철… 가을모기 기승

  • 입력 2001년 10월 30일 00시 53분


29일 오전 인천 연수구 연수동에 사는 주부 이모씨(32)는 두살배기 아들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모기에 물린 자국이 열군데 정도나 됐기 때문이다.

이씨는 매일 밤 극성을 부리는 모기를 쫓기 위해 전자 모기향을 켜뒀으나 전날 깜빡 잊고 잠이 든 것이다. 이씨는 “요즘은 가을인데도 모기가 여름철보다 더 많이 나타나 잠을 설치고 있다”며 짜증스러워 했다.

인천지역에는 최근 아파트와 사무실, 지하철 등 곳곳에서 모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로 인해 인천 연수구는 24일 긴급방역을 실시하는 등 ‘모기와의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모기가 날 수 있는 최고 높이가 아파트 5, 6층 정도에 불과하다는 속설은 이미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며 “모기는 대부분 아파트 승강기나 계단 등을 통해 고층까지 올라간다”고 말했다.

국립보건원 위생곤충 담당 신이현(申二鉉·39)연구사는 “모기의 비상 고도에 대해서는 연구된 적이 없지만 바람이 불면 아파트 외벽 사이에 일시적으로 생기는 소용돌이 바람을 타고 20층 이상까지도 올라갈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모기가 따뜻한 집 안 등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모기는 더러운 물이 고인 하수구나 웅덩이에 주로 서식하는 만큼 하수구 등을 주기적으로 청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날씨가 쌀쌀해졌다고 방충망을 열어두는 등 모기가 사라졌다고 생각하지 말고 계속 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박정규기자>jangk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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