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국인 '백색공포'…방독면 업체 수출특수

  • 입력 2001년 10월 16일 18시 32분


생화학물질에 의한 ‘백색테러’ 공포가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백색테러 신드롬’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주한 미국 영국 독일 이스라엘대사관 및 외국계 기업들은 물론 인천국제공항 등은 초비상 상태에 돌입했다. 또 군과 경찰, 행정기관 등 관계당국이 긴급 합동회의를 갖는 등 발걸음이 빨라졌다.

생화학물질에 의한 ‘백색테러’ 공포가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백색테러 신드롬’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주한 미국 영국 독일 이스라엘대사관 및 외국계 기업들은 물론 인천국제공항 등은 초비상 상태에 돌입했다. 또 군과 경찰, 행정기관 등 관계당국이 긴급 합동회의를 갖는 등 발걸음이 빨라졌다.

▼모든 우편물 특별 검색▼

▽주한 외국 대사관〓미국대사관은 최근 ‘미국 내외에서 며칠내 미국인들에 대한 추가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미 연방수사국(FBI)의 주의사항을 주한 미국인들에게 전달하고 의심스러운 징후에 대해서는 즉시 보고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대사관은 모든 우편물을 특별검사실에서 검색, 담당자가 ‘안전마크’를 찍은 뒤 수신인에게 배포하고 있다. 영국 및 일본대사관도 우편물 검색을 크게 강화, 보낸 사람이 분명치 않거나 내용물이 의심스러운 경우 X레이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2시간마다 안전점검▼

▽외국계 기업〓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테미 오버비 소장은 15일 직원들에게 “모르는 사람에게 온 편지나 발신자가 불분명한 우편물은 개봉하는 데 유의하라”고 특별 당부했다.

메릴린치증권, 매킨지컨설팅, 필립모리스, 영국계 바클레이즈은행 등 다국적기업 30여개가 몰려 있는 서울 광화문의 파이낸스빌딩은 하루 두 차례씩 하던 안전점검을 2시간마다 하고 있다. 9일에는 입주사들의 요청으로 비상계단을 이용한 대피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파이낸스빌딩 관리회사 ‘코리아에셋어드바이저스’의 한 관계자는 “우편물 검색을 강화하기 위해 조만간 금속탐지기 등 장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씨티은행은 최근 전문업체에 경비용역을 의뢰했고, 씨티그룹 계열사인 살로먼스미스바니 증권도 층마다 경비요원 1명씩을 고정 배치했다. 독일계 도이체방크 서울지점, 미국계 컨설팅업체인 액센추어 등은 본사로부터 ‘보안 가이드라인’을 통보받아 건물출입 통제 및 우편물 검색을 크게 강화했다. 그러나 3명이 근무하는 CNN과 5명이 있는 ABC방송의 특파원들은 “정상적으로 근무하고 있다”며 “우편물을 뜯어볼 때도 ‘설마’ 하는 정도지, 별 느낌이 없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긴급 보안회의▼

▽인천국제공항〓국가정보원, 경찰, 기무사, 검역소, 세관, 출입국관리사무소 등 인천공항 보안당국은 16일 긴급 보안대책협의회를 갖고 △육군 화생방사령부와 직통라인 개설 △공항공사 내 폭발물처리반에 화생방부대 출신 전문가 충원 △테러발생에 대비한 예행연습 실시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보안당국 관계자는 “유동인구가 많은 공항 여객터미널에 탄저균이 살포되면 엄청난 인명피해가 우려된다”며 “화생방 전문인 군과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16일부터 남산에 있는 서울종합방재센터에 군, 경찰, 소방, 보건환경연구원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합동기동팀을 설치해 운영하기로 했다. 1차 확인반과 2차 방역검사반 등 2개반 10명으로 구성된 합동기동팀은 종합방재센터 상황실에 24시간 상주하며 시민들의 신고(112, 119)가 있을 때 즉시 현장에 출동한다. 서울시는 장난이나 허위신고에 대해서는 추적 확인하여 과태료(10만원)를 부과할 방침이다.

▼방독면 업체 수출특수▼

▽‘의외의 특수’〓국내 제1의 방독면 생산업체인 S물산은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업체와 90만개 수출계약을 하고 납품기한을 맞추느라 연일 밤샘작업을 하고 있다. 반면 이 업체에서 방독면을 받아 국내에 판매하는 D산업은 내수용이 없어 개점휴업 상태.

국내 제약업계는 일부 업체에서 탄저병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는 헛소문과 함께 미국 등에서 치료제가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는 외신보도가 전해지면서 일제히 주가가 급등했다. 그러나 발병률이 극히 낮은 탄저병의 백신 개발에 나선 업체는 현재까지 전무하다. 종근당의 한 관계자는 “국내 제약업체가 특수를 맞거나 항생제 수요가 급등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정경준·윤상호·조인직기자>news91@donga.com

▼정부 우편물 검색강화▼

정부는 생화학 테러 가능성에 대비해 우편물에 대한 검색 등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반상회 등을 통해 국민행동요령과 대응 방안을 알리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를 위해 위험한 우편물의 식별 및 처리요령을 전국의 모든 우체국에 내려보내고 특히 국제우편의 검색을 철저히 하도록 했으며 전국 주요기관에도 대처요령 등을 통보했다고 정부대변인인 박준영(朴晙瑩) 국정홍보처장이 밝혔다. 정부는 탄저균 등 생화학 테러 위험물질의 반입을 막기 위해 공항 항만 등 출입국 장소에 대한 검색을 강화하는 한편 국립보건원의 생물테러 대책반을 24시간 운영하고 항생제 등 생화학 테러 관련 대책 물품을 충분히 확보키로 했다.

정부는 17일 보건복지부 국방부 행정자치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비상기획위원회 국가정보원 등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테러 대책 실무위원회’를 열고 종합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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