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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15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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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통령〓평화헌법의 테두리 내에서 주변국가 및 국민의 우려를 감안해 자위대 파견 등의 문제에 신중히 임해주기 바란다.
미국의 대(對)테러전쟁에 대한 후방지원을 명분으로 한 일본 자위대의 해외파병 문제는 과거사 문제 못지 않게 일본과 주변국들간에 갈등의 소지가 다분한 사안.
자위대 파병문제가 한일 정상회담에서 직접 언급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김 대통령이 이 문제를 언급한 것은 자위대 파병이 최근 일본 내 보수성향과 맞물려 그만큼 구체적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
일본은 91년 걸프전 때 기뢰 제거를 위한 소해함을 보냈고 92년 캄보디아 평화유지활동(PKO)에 참여한 데 이어 이번 대테러전쟁에서는 처음으로 해외 전쟁지원에 나서는 등 자위대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 내에서는 자위대법 개정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고 일각에서는 헌법개정까지 거론하고 있다.
한양대 김경민(金慶敏·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본 자위대의 첨단화 수준이나 세계 제2위의 군사비 지출 등을 볼 때 일본의 군사대국화가 필연적인 상황에서 일본이 자위대 활동의 제약을 없애기 위해 선례들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 같은 주변국의 우려를 의식한 듯 자위대 파견이 순수한 비전투적 후방 지원이며 일본 헌법에서 금하고 있는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가 아니라고 해명했고 김 대통령은 ‘평화헌법의 테두리 안에서’라는 표현으로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대한 우려와 경계의 뜻을 전달했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 자위대의 해외 파병은 단순한 군사문제가 아니라 일본의 대외안보정책의 틀을 바꾸게 되는 사안인 만큼 고이즈미 총리가 한국 등 주변국에 이번 파견이 어디까지나 평화헌법의 틀 속에서 이뤄지는 것임을 해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고이즈미 “서로 반성…” 失言 소동▼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서대문독립공원에서 한일 과거사에 대한 사죄와 반성의 뜻을 밝히면서 ‘준비된 원고’없이 발언하다 한국민을 자극할 수 있는 ‘실언’을 해 이를 해명하느라 애를 먹었다.
고이즈미 총리는 “한일관계를 보면 과거의 역사를 바탕으로 삼으면서 앞으로 서로 반성하면서 두 번 다시 고난의 역사를 밟지 않도록 협조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언급이 일제의 침략을 받은 한국도 뭔가 ‘반성’해야 할 것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자 일본측이 우리 정부에 여러 차례에 걸쳐 “부사인 ‘서로’의 위치가 잘못 통역됐다”고 적극 해명했다. “‘반성’은 일본이 하는 것이고 지금부터 한일이 ‘서로’ 협력해 나가자는 뜻”이었다는 것.
고이즈미 총리는 또 미국과 일본간의 제2차 세계대전과 일본의 한국 식민지 지배를 같은 수준으로 비교하는 ‘실수’를 해 “고이즈미 총리가 정말 한국에 대한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냐”는 의구심을 낳았다.
그는 “일본과 미국은 과거 전쟁을 일으켰지만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우호관계를 유지 발전시키는 관계”라며 “이 일미관계를 본받아 일본도 한국과 일미관계에 못지 않은 우호관계를 갖고 싶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
정부 관계자는 “전체 문맥을 봐야 한다”고 파문 확산을 경계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도 “미국과 일본 같은 강대국간의 관계와 일본과 한국,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의 관계는 같지 않다”고 일침을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덕민(尹德敏)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고이즈미 총리가 아시아 외교 경험이 부족해 미일관계를 한일관계와 비교하는 실수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