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병호씨 재수감 파문 확산

  • 입력 2001년 10월 10일 19시 00분


4일 검찰이 단병호(段炳浩) 민주노총위원장을 재구속 수감한데 대해 정의구현사제단 등 천주교측과 민주노총이 “정부가 단 위원장을 선처하겠다는 약속을 깼다”고 주장하며 10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천주교 단체, 민주노총 움직임〓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연합, 가톨릭 노동사목 전국협의회 등은 ‘약속을 짓밟은 김대중 정권 회개를 위한 천주교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구성했다. 대책위측은 15일 사제단 비상운영위를 열어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한 뒤 22일에는 ‘시국기도회’도 가질 예정이다.

또 민주노총은 10일 오후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 19개 시도 민주당사 앞에서 조합원 2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집회를 갖고 단 위원장의 석방을 촉구했다. 석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13일 대규모 도심 집회를 여는 등 강경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선처약속’ 있었나〓대책위와 민주노총측은 “7월28일 김승훈(金勝勳) 신부가 대통령을 만난 뒤 당시 한광옥(韓光玉) 대통령 비서실장(현 민주당 대표), 신광옥(辛光玉) 민정수석비서관(현 법무차관)과의 면담을 통해 단 위원장에 대한 선처를 약속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정부측은 △단 위원장은 남은 형기(2개월 4일) 복역 후 불구속 처리 △명동성당에서 농성중인 수배자들은 조사 후 석방 등 4개항을 약속했다는 것. 이들은 당시 형집행정지 중이었던 단 위원장이 김 신부가 전하는 정부의 약속을 받아들여 8월2일 농성을 풀고 재수감돼 이달 3일 남은 형기를 마쳤는데 정부가 약속을 깨고 단 위원장을 다시 구속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김 대통령의 지시로 서울시내 모 호텔 커피숍에서 당시 한 실장과 함께 김 신부를 만났다는 신 차관은 10일 “선처를 합의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신 차관은 “당시 김 신부가 ‘단 위원장을 불구속으로 해줄 수 없느냐’고 하기에 ‘청와대가 어떻게 구속이다, 불구속이다 말할 수 있느냐. 그것은 검찰이 할 일이니 검찰총장에게 탄원하면 나도 돕겠다’고 했을 뿐이다”고 말했다.

신 차관은 “잘 설득해서 단 위원장을 경찰에 자진출두하도록 해달라고 김 신부에게 당부했고 신승남 검찰총장에게 전화해 ‘김 신부님 말씀을 잘 들어봐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총장은 ‘수사해봐야 안다’며 원칙론을 얘기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신부는 현재 외국에 체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동용기자>min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