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입국 수법 치밀 조직화 추세

  • 입력 2001년 10월 9일 18시 29분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중국인과 조선족의 밀입국 수법이 점차 치밀해지고 조직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8일 전남 여수 해상에서 발생한 제7 태창호 중국인 밀입국 사건은 최근 들어 다양해진 밀입국 수법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관계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먼저 밀입국에 이용되는 선박이 대형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10∼30t급 소형선박이 주종을 이뤘으나 이번에는 73t급 안강망어선이 ‘밀입국자 운반선’으로 등장했다. 이는 대형 그물과 어구 등을 싣고 정상적인 어로작업을 하면서 해경 등 단속기관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태창호는 공해상에서 밀입국자들을 옮겨 싣기 전 일주일 동안 동중국해에서 갈치 1400상자(시가 2000만원 상당)를 잡아 별다른 의심을 받지 않았다.

또 어선들이 많이 다니는 항로를 택해 밀입국을 시도했다는 점도 예년과는 다른 점이다.

과거에는 새벽시간대에 해안으로 몰래 잠입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해군이 레이더를 통해 기존 항로에서 이탈한 어선을 요주의 선박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정상 항로를 따라 버젓이 입항하고 있다.

밀입국자 가운데 중국인이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이들이 대부분 젊은층이란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번에 붙잡힌 밀입국자 35명 가운데 중국인이 24명, 조선족은 11명이었으며 숨진 25명도 모두 20∼30대 중국인들로 밝혀졌다.

여수해양경찰서 관계자는 “예전에는 한족들이 한국에 가면 말이 통하지 않을 것을 우려해 밀입국을 꺼려했지만 한국에서 1년만 고생하면 밀입국 비용을 건질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위험을 무릅쓰고 밀항선에 몸을 싣고 있다”고 말했다.

밀입국 루트도 다양해졌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해안별 밀입국자는 서해안 68척 2381명, 남해안 55척 1814명, 동해안 6척 254명 등으로 전국 각지의 해안을 가리지 않고 밀입국이 이뤄지고 있다.

밀입국자들은 중국과 가까운 서남해안쪽 해안 경계가 강화되자 요즘엔 중국에서 10일 이상 걸리는 힘든 뱃길도 마다하지 않고 포항과 울산 등 동해안으로도 밀입국을 시도하고 있다.

해양경찰청 관계자는 “밀입국 선박들이 인공위성과 연결된 위성전화 등의 장비까지 갖추는 등 갈수록 첨단화 지능화하고 있어 현 장비와 인원으로는 단속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여수〓정승호기자>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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