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벤처사장 의문사…오피스텔에서 목맨 채 발견

  • 입력 2001년 9월 27일 18시 37분


25일 오후 7시40분경 박사학위를 가진 벤처기업인 서모씨(34)가 자신이 사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모 오피스텔 화장실에서 넥타이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주변 사람들은 그의 사인에 대해 “최근 회사가 상승세를 타고 있어 자살할 이유가 없다”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서씨의 아버지(64)는 “아들이 지난 토요일 집에 다녀가기로 했는데 오지 않아 이불이라도 갖다주기 위해 오피스텔을 찾아갔더니 욕조 칸막이대에 목을 매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서씨는 숨지기 전 자신의 노트북컴퓨터에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지만 그동안 나의 부족한 능력을 절실히 느끼며 힘들었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자공학과 출신 박사인 서씨는 98년 4월 음악CD와 컴퓨터 음악파일인 MP3를 모두 재생할 수 있는 플레이어를 개발하기 위해 H사를 설립한 뒤 지금까지 오피스텔에서 생활하며 연구에 몰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KAIST 후배 2명과 함께 시작한 회사는 나날이 늘어나는 개발비용으로 수 차례 해체 위기도 맞았지만 지난해 제품 개발에 성공하면서 서서히 안정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난해 가을 세계 최대 정보통신 박람회인 미국 컴덱스에서 호평을 받아 미국 오디오업체와 2500만달러(약 325억원)에 이르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의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일본 등에서도 주문이 이어져 올해 예상 매출액은 200억원 이상이었다.

회사관계자는 “최근 수출판로 개척 등 업무가 과중해 힘들었지만 회사의 미래는 밝았다”며 “서씨가 자살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일단 서씨가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했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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