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남장관 5대의혹]'재형저축 6억' 안통하자 '주식등 재테크'로 말바꿔

입력 2001-09-26 18:50수정 2009-09-19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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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구입자금 의혹▼

26일 국회 건설교통위의 건설교통부 국정감사에서 안정남(安正男) 건교부 장관은 투기의혹을 사고 있는 서울 강남의 부동산 구입 자금 6억여원의 출처와 관련해 당초 ‘재형저축’으로 조성했다고 주장했다가 재형저축으로는 그 같은 거금을 조성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황급히 이를 번복함으로써 자금 출처에 대한 의혹이 가중되고 있다.

안 장관은 이날 오전 국감에서 문제의 대치동 휘문고 인근 부지를 구입한 자금 출처에 대해 “80년에 모아둔 1억5000만원을 3년제 연리 33.5%짜리 재형저축에 6년간 묻어 둬 4배인 6억원을 만든 뒤 부지 매입 자금으로 썼다”며 “부동산 매입 과정에 전혀 하자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저녁 동아일보(27일자 초판)가 금융업계 관계자들의 견해를 인용해 안 장관 답변에 대한 의문점을 제기하자 안 장관은 오전 답변 내용을 번복했다. 동아일보는 △당시 재형저축은 월 급여 60만원 이하의 저소득 근로자만 가입할 수 있는 금융 상품으로 매월 월급이나 상여금에서 일정액을 떼어 ‘적립’하는 적금형 상품으로 △1억5000만원이란 목돈을 묻어두는 것은 불가능하며 △세무서장은 가입 대상 자체가 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내용의 동아일보 초판 보도를 본 민주당 이희규(李熙圭) 의원이 저녁에 속개된 국감에서 해명을 요구하자 안 장관은 오후 11시경 답변에서 “(오전 답변에서 언급한) 재형저축이란 표현은 근로자가 매월 불입하는 저축상품이 아니고 1억5000만원의 예금을 가지고 그 당시 고금리의 금융상품(연리 25∼30%)과 주식 등에 예치해 3년 후에 배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을 바꿨다.

이에 대해 여야 의원들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이며 27일 국감에서 안 장관의 자금 조성 문제에 대해 재차 집중 추궁하기로 하고 이날 국감을 일단 끝냈다.

이와 관련해 관계자들은 “봉급 생활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재형저축을 국세청장을 지낸 경제전문가가 그처럼 혼동해서 썼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답변을 바꾼 것 자체가 의혹을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뇌물수수 의혹▼

안경률 의원은 “안 장관이 97년 국세청 직세국장으로 재직할 때 법인세 감면과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뇌물을 챙긴 혐의로 서울지검 동부지청 형사5부의 수사를 받은 적이 있지 않느냐”고 추궁하면서 “의혹 해소를 위해 검찰에 자진출두해 수사를 받을 용의가 없느냐”고 물었다.

안 의원은 또 “안 장관에게 돈을 줬다고 진술한 세무사 고모씨가 도피 중 고혈압으로 사망하는 바람에 수사가 흐지부지됐으나 수뢰죄는 공소시효가 10년이므로 아직 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다그쳤다.

그러나 안 장관은 “97년 3월에 시작된 수사가 5, 6개월 동안 진행됐고 내 자식의 저금통장까지 샅샅이 뒤지는 등 강도 높은 수사가 이뤄졌다”며 세무사가 죽는 바람에 수사가 유야무야됐다고 하는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러 나오라고 한 일도 없었고, 전화 한 번 오지 않았다. 당시 국세청 직세국장으로 승진 1순위였으나 이 때문에 온갖 소문에 시달렸다”고 말해 당시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가 누군가의 음해에 따른 것이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동생 골재납품 의혹▼

안 장관의 첫째동생 소유의 대양산업개발이 올 6월 K산업과 32억원 규모의 골재를 독점 공급하는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과 관련, 야당 의원들은 △대규모 골재계약은 통상 2, 3개 업체가 복수 계약하는 게 관행이고 △대양산업개발의 공급가격이 시세보다 2억원 이상 비싼 데다 △공사현장에서 가까운 업체들이 배제되고 38㎞ 떨어진 대양이 선정된 점 등을 이유로 특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도 안 장관은 “사인(私人) 간 계약으로 계약 사실을 알지도 못했으며 개입한 적도 없다. 동생이 K산업의 자재 납품 협력업체로 10년 이상 관계를 맺어 왔기 때문에 수의계약이 가능했을 것으로 본다. 올 6월 이 문제와 관련해 동생이 ‘정당히 (납품권을) 땄다’고 말한 것을 들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올 3월에 설립돼 골재업의 노하우나 거래관계가 전혀 없는 신생업체가 기존업체를 따돌리고 불과 3개월만에 초대형 납품 계약을 따낸 사실을 ‘탁월한 사업능력’이나 ‘운’으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다”고 말하고 있다.

▼주류상사 매출 급증▼

S상사가 안 장관의 둘째동생 승남씨를 이사로 영입한 뒤 급성장한 것은 안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S상사는 승남씨를 영입하기 전까지 거래업소 300여개에 연간매출액 10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승남씨가 영입된 뒤 가파른 성장을 거듭해 2년 만에 거래업소 450∼500개에 연매출액 65억∼70억원으로 7배가량 증가한 것. 이 과정에서 주변 주류도매상들과 마찰도 적잖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경률 의원은 “세금 문제에 가장 민감한 주류업소들이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국세청장 동생의 회사로부터 주류 공급을 거부할 수 있었겠느냐”며 “(승남씨가) 형의 직위를 악용해 매출을 올린 것은 부당이득죄에 해당하며 부당 이득에 대해선 몰수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장관은 이에 대해 “동생(승남)은 20년간 주류업체에 종사했으며 S상사의 매출이 늘어났다면 그의 영업력 덕분일 것”이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그는 또 “동생을 도와주기 위해 국세청장이 (술을 소비하는) 음식점에 봐달라고 전화라도 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한편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유흥업소 관계자는 26일 “S상사와 거래하면 세무조사 때 유리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해 2년 전부터 거래를 트게 됐다”고 말해 유흥업소들이 승남씨와 안 장관의 영향력을 은근히 기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용호 게이트'관련 의혹▼

안경률 의원은 “99년 10월 서울 마포세무서가 지앤지(G&G) 이용호 회장의 관련기업인 KEP전자가 회계조작한 사실을 적발하고도 세무조사를 하지 않고 부가가치세 1억3000만원만 부과한 것은 이 회장이 당시 안정남 국세청장과 친분이 있는 세무사를 동원, 전방위로비를 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하지만 안 장관은 “이용호씨와 관련해 별의별 의혹이 제기됐지만 서너 차례 분명하게 ‘이용호라는 사람은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더 이상 거론하면 사법적으로 대응한다’고까지 했다”며 부인했다.

그는 “어제 저녁 국회 법사위에서 이용호씨가 증인으로 나왔는데 만약 나와 관계가 있었다면 오늘 아침 신문에 대서특필됐을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정훈·황재성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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