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약수터 '님비' 논란…정자동 주민 "소음극심" 10일 문닫아

  • 입력 2001년 9월 19일 19시 35분


 ‘비상급수시설을 다시 개방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최근 경기 성남시 분당구청이 적잖은 고민에 빠졌다. 물맛이 빼어난 지하수로 알려진 정자동의 한 비상급수시설 폐쇄를 놓고 분당 주민들간에 찬반 여론이 거세지면서 님비논쟁으로 비화하고 있기 때문.

 문제의 진원지는 정자3동 단독주택지역 불곡산 밑 비상급수시설. 97년부터 4년여 동안 많은 분당 주민들이 약수터로 이용해왔지만 10일 문을 닫았다.

 약수터 인근 주민들이 물을 받으러 오는 차량들로 인해 교통사고 위험과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며 폐쇄를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한 주민은 “집사람이 그동안 스트레스와 노이로제로 인해 정신과 전문의사의 진단까지 받을 정도로 고통이 심각하다”며 “최근에는 진입로에서 어린아이가 교통사고를 당해 20여일간 입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분당구청 관계자는 “차량 시동을 켜 놓고 물을 받거나 경적까지 마구 울려대는 바람에 약수터 인근 주민들의 피해가 적지 않아 민원이 제기돼 왔다”고 폐쇄 조치 배경을 설명했다.

 분당구청은 이 비상급수시설에서 1.4㎞ 떨어진 정자3동사무소 공터까지 관로를 묻어 지하수를 공급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곳 약수터를 이용해온 대다수 다른 지역 주민들은 소수의 이기주의라며 약수터 개방을 요구하고있다.

 김모씨(47)는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대낮에 3시간 정도만 물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마저 못하게 한다면 지나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들은 약수터를 이전 설치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수원(水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나오는 물은 신뢰할 수 없다”는 태도.

 분당구청 관계자는 “이용자들이 약수터 주변 주민의 고통을 이해하고 좀더 일찍 배려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소수의 권리도 인정하는 풍토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성남〓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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