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석면 다량 검출

  • 입력 2001년 9월 2일 18시 57분


서울시내 일부 지하철 역사에 인체에 유해한 석면이 다량 검출된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서울시는 5월 중순부터 2개월간 지하철 역사 등에 대한 석면 사용 및 오염도 실태를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인 10개 지하철 역사 및 군자차량사업소에서 채취한 시료 151건 중 36건에서 백석면이 검출됐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조사에는 서울시와 서울환경운동연합,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 등이 공동 참여했다.

지하철역별로는 2호선 동대문운동장역이 11건으로 가장 많이 검출됐고 종로5가역(1호선) 신설동역(1, 2호선) 신사역(3호선) 등이 3건씩 검출됐다. 특히 신사역은 섬유형태가 가늘고 뻣뻣해 인체 유해성 정도가 가장 높은 청석면이 혼합된 건축자재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하 공기 중 석면농도를 측정한 결과 9개 역사에서 36개 시료가 채취됐으나 모두 미국의 실내환경기준치(0.01개/㏄)보다 낮았다고 서울시는 밝혔다.

서울시 장흥숙(張興淑) 대기보전과장은 “검출된 석면의 대부분이 인체 유해성이 비교적 낮은 백석면이어서 시민의 건강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지만 석면이 포함된 자재의 해체작업이 있을 경우 석면 농도가 증가하고 공기 중 오염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지하시설에 석면 등 유해물질이 함유된 건축자재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을 건의할 방침이다.

그러나 서울환경운동연합 양장일 사무처장은 “군자기지 조사결과에서 보듯이 사용중이거나 사용예정인 자재에서 석면이 검출됐다”며 “지하철 안에서 석면 사용을 중지했다는 서울시의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사결과 지하철 벽면이나 천장 등에 뿌려졌던 석면이 대부분 제거된 점으로 보아 석면제거 작업에 참여한 근로자들이 매우 높은 농도의 석면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작업자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건강역학 조사를 실시하라”고 주장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 서울지하철공사노동조합 등은 올해 초 2호선 시청역의 일부 시료에서 공기 중 석면농도가 미국 기준치를 최고 2.6배 초과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백남원(白南園) 교수는 “현재 나온 수치는 당장 인체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지만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지하철에서 인체에 유해한 석면이 검출된 만큼 향후 철저한 관리 및 감독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욱·차지완기자>jyw11@donga.com

▼석면이란▼

‘죽음의 섬유’로 알려진 석면은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이 폐암 종피종암 후두암 신장암 췌장암 등의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27종 중 하나로 장기간 노출되면 5∼30년 후 이들 질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석면 갈석면 백석면으로 분류되고, 내화성 단열성 절연성 내마모성이 우수해 건축자재나 브레이크라이닝, 개스킷류 등에 널리 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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