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전참가자 수사]검찰 "사실 확인부터…" 신중

  • 입력 2001년 8월 20일 18시 28분


‘8·15 민족통일대축전’ 참가자들의 실정법 위반 여부를 수사중인 검찰은 20일 이번 사건에 대해 ‘원칙론’에 입각한 다소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우선 관련자들이 방북 활동을 모두 끝내고 21일 귀국하면 본격 수사에 착수, 정확한 사실관계와 정황을 확인한 다음 실정법 위반 여부를 따지겠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남북관계와 국가안보, 국민의 법 감정 등 사법적 잣대로만 따질 수 없는 요소들이 얽힌 복잡 미묘한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역시 실정법 위반 여부이며 주요 쟁점은 만경대 방명록 내용의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와 기념탑 행사 참가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여부다.

▽만경대 방명록〓문제가 된 ‘만경대 정신 이어받아…’라는 문구에 대해서는 작성자인 K씨가 경위 등을 언론에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어 검찰은 형식상으로는 이 내용이 국가보안법상 ‘찬양 고무’에 해당하는지만 판단하면 된다.

검찰 관계자는 그러나 “‘만경대 정신’이라는 것은 일반인이 잘 쓰지 않는 표현이므로 K씨가 어떤 의미와 맥락에서 이같은 표현을 했는지 조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이 구절의 의미는 K씨만이 알고 있는 내심의 영역이기 때문에 검찰이 이를 밝혀내 실정법을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방북자의 방명록이 문제가 된 것은 98년 8월 문규현(文奎鉉)신부 방북사건 이후 두 번째. 당시 문신부는 김일성(金日成)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 기념궁전을 방문해 방명록에 ‘김주석의 영생을 기원한다’고 썼다.

검찰은 이에 대해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혐의로 문신부를 기소했으나 서울지법은 지난해 6월 “‘영생하소서’라는 말은 ‘신부로서 죽은 사람을 위해 쓰는 천주교 용어’”라며 이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노동자 계급이 앞장서…’ 등등의 문구는 아직 작성자가 드러나지 않아 검찰은 수사초기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기념탑 행사 참가〓남북교류협력법상 방북승인 조건을 위반했다는 이유만으로 방북자를 처벌할 수는 없다. 다만 승인을 받지 않고 북한 주민을 접촉했거나 당국을 속여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처벌이 가능하다.

이번 사건에서도 미리 기념탑 행사에 참석할 계획을 세운 뒤 이를 숨기고 방북 승인을 받았는지 등 전후 사정을 종합해 봐야 한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지도자급 인사들로부터 행사에 가게 된 경위를 우선 확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석호·이명건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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