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영재아 조기교육 실태]부모가 영재자녀 앞길 흔든다

  • 입력 2001년 6월 18일 18시 38분


영재성이 있는 어린이들이 과외를 받느라 창의성을 계발할 시간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많은 영재아 부모들이 자녀가 적성과 상관없이 과학자 법조인 의사 등 출세지향적인 직업을 갖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한국교육개발원 조석희 영재교육연구실장이 영재교육기관에 다니는 3∼11세 영재아 234명을 대상으로 ‘조기 영재교육 실태’를 조사한 결과 드러났다.

조사 대상자들은 지능지수(IQ)가 평균 139로 높으며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이 또래 아이들의 상위 1%에 드는 영재아다.

▽영재는 어디에 관심 있나〓언어(42.6%) 분야에서 아이의 영재성을 발견했다는 부모들이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수학(20.2%) 과학(10.6%) 외국어(5.3%) 미술 분야(5.3%) 등의 순이었다.

‘장래 자녀가 어떤 분야에서 일하기를 원하느냐’는 질문에 부모의 35.6%가 과학 분야를 꼽았다. 부모의 자녀에 대한 희망 활동분야는 법조계(22.2%) 의학(13.3%) 문학(8.9%) 인문사회(6.7%) 등의 순이었다.

‘자녀가 수학적 재능이 있다’는 응답은 20.2%였지만 자녀가 수학자가 되길 원하는 부모는 1.1%에 그쳐 대부분 학부모들이 자녀의 재능과 관계없는 직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재성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묻는 질문(중복응답)에 독서(52.6%) 외국어(49.5%) 수학(29.5%) 과학(22.1%) 예체능 교육(22.1%) 등을 들었다.

▽영재교육 과외 실태〓응답자의 46.3%가 영재교육을 위해 개인교습을 시킨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1세 때는 독서, 2세 때는 외국어, 3세부터는 수학 예체능 교육을 많이 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주로 보는 학습지(복수응답)는 수학(41.1%) 국어(26.3%) 영어(24.2%) 과학(8.4%) 기타 분야(22.1%) 등의 순이었고 학원 수강 과목은 예체능(46.3%) 외국어(27.4%) 한문(3.2%) 속셈(2.1%) 컴퓨터(1.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CBS영재교육학술원 이화원(李和遠)부원장은 “학부모들이 경쟁적으로 과외를 시키기 때문에 창의력에 관련된 숙제를 못해오는 아이가 많다”면서 “초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주입식 과외에 매달려 지능은 높지만 창의력이 떨어져 입시에 탈락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영재의 배경〓영재는 대졸 이상 부모(공히 96% 이상)에 특히 어머니가 주부(73%)이며 자연분만(68.1%)으로 태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아버지는 전문직과 사무직이 대부분이었다. 또 어머니는 전업주부에 이어 전문직 21%, 사무직 3% 등. 부모 공히 77%가 중류층 이상 가정 출신이었다.

부모의 월평균 소득은 200만원대 24.5%, 300만원대 33%, 400만원 이상 42.5% 등이었다. 스스로 평가하는 경제수준은 7점 만점에 평균 4.44점으로 중상층 이상이라는 응답이었다.

조석희 박사는 “영재성은 타고나는 것이어서 주입식 교육을 할 경우 오히려 영재성을 망친다”며 “자녀를 모두 영재아로 키우겠다는 잘못된 인식을 버리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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