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의날 행사 정부따로 민간따로…환경단체 합동기념식 거부

  • 입력 2001년 6월 5일 18시 43분


‘등 돌린 정부와 환경단체.’

99년부터 정부와 환경단체가 합동으로 개최해 온 ‘환경의 날’ 행사가 5일 오전 10시경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안팎에서, 직선거리로 200m 떨어진 곳에서 각각 열렸다. 행사 명칭도 ‘제6회 환경의 날 기념식’(정부)과 ‘환경을 포기한 환경의 날 행사’(환경단체)로 대조를 보였다. 행사가 따로 열린 것은 환경단체들이 정부가 새만금 간척사업을 계속하기로 한 데 항의해 합동 행사를 거부했기 때문.

'환경의 날'두모습
세종문화회관서 환경부 주최 기념식 장면(왼쪽). 환경단체들은 같은시각 세종문화회관 분수대 앞에서 관련행사를 별도로 가졌다.

세종문화회관 소극장에서 열린 환경부 주최 기념식에는 600여명이 참석했다. 기념식은 1부의 국민의례와 기념사, 환경유공자 포상에 이어 2부의 ‘음식물쓰레기 20% 줄이기 캠페인’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김명자(金明子) 환경부장관은 기념사를 통해 “정부가 새만금 사업에서 동진수역을 우선 개발하고 만경수역은 개발을 유보토록 결정한 것은 제기된 쟁점들을 고려해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어 “환경 보전에 대한 결의를 다시 다지는 자리를 갖게 된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시각 세종문화회관 분수대 앞 계단에서는 생명평화연대 등 환경단체 회원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행사가 열렸다. 이들은 “정부의 새만금 순차개발안은 제기된 문제들을 수렴하지 않은 속임수”라며 “즉각 새만금사업 강행을 철회하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환경을 잃어버린 환경의 날’이 부끄럽다”며 “새만금 사업을 강행하는 현 정권은 퇴진하라”고 주장했다.

환경단체들은 ‘환경의 날’ 주간(4∼9일)을 ‘근조(謹弔) 환경정책 주간’으로 정하고 새만금사업 결정 무효화를 위한 대정부 투쟁에 돌입한 상태다. 또 이달 말경 환경부와 공동으로 열 예정이던 ‘민관 협력증진 방안에 대한 토론회’도 취소했다.

한편 환경부는 당초 이날 행사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 계획이었으나 환경단체가 불참을 통보하는 바람에 행사 규모를 대폭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기념식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비롯해 3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단체와 환경부는 그간 쌓아온 신뢰 관계가 있다”며 “새만금 사업 때문에 최근 좀 불편해졌지만 다시 협력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영아기자>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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