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련 새의장 누가 될까…25일 전체대회 개막

  • 입력 2001년 5월 25일 22시 08분


서만술(왼쪽) 허종만
서만술(왼쪽) 허종만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제19차 전체대회가 25일 도쿄(東京)에서 이틀간의 일정으로 개막됐다. 전체대회는 3년에 한번 열리는 총련 최고의결기관으로 20여만명의 재일조선인 대표 195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총련 결성 당시부터 46년간 장기 집권을 해오다 2월 타계한 한덕수(韓德銖) 의장의 후임 선출. 총련이 새 의장의 등장으로 어떤 변화를 보일지 주목된다.

서만술(徐萬述·77) 제1부의장과 허종만(許宗萬·70) 책임부의장이 26일 실시되는 의장 선거에서 물망에 오르고 있다. 서열이나 분위기로 보면 서 제1부의장이 선임되는 것이 순리지만 허 책임부의장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총련 내부의 여론뿐만 아니라 북한 지도부의 의사도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서 제1부의장은 83년 부의장, 98년 제1부의장에 오른 총련의 원로. 한 전의장이 장기 입원했을 때부터 사실상 총련을 대표해 왔다. 특히 총련 내 노장파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는 99년 4월 방북했을 때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만나 “총련 활동이 경직돼 있어 일본 사회에서 지지를 잃고 있다. 유연하게 활동하라”는 지침을 받기도 했다.

허 책임부의장은 86년 부의장이 된 뒤 93년 조직에도 없던 책임부의장에 발탁됐다. 한 전의장의 신임이 두터웠기 때문이다. 책임을 맡고 있던 총련계 신용조합의 파산이 잇따르고 원로들의 지지가 약한 것이 약점. 그러나 지난해 10월 방북해 김 국방위원장을 만난 뒤 ‘차기 의장’을 욕심내기 시작했다.

누가 신임의장이 되든 총련은 여러 가지 난제를 안고 있다. 이념대결의 퇴조로 인한 구성원의 이탈과 2, 3세의 결속력 약화가 가장 큰 고민. 서 제1부의장은 이날 ‘신세기의 요구와 재일동포 의향에 맞는 운동을 강화하자’는 내용의 기조보고를 하면서 “모든 활동을 신세대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신용조합의 연쇄도산 등으로 인한 재정난도 심각하다. 총련도 한국민단처럼 파산한 총련계 신용조합을 통합해서 새로운 금융기관을 만드는 작업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총련의 최대 자랑거리였던 민족교육의 기반도 흔들리고 있다.

한국민단과의 관계 정립도 과제 중의 하나다. 한국민단은 지난해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총련측에 조건 없는 만남을 제안했으나 총련은 과도체제라는 약점 때문에 대응을 하지 못했다. 새 지도부가 등장하면 총련과 한국민단의 접촉이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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