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가 사기단 적발…은행서 278억 사기대출

  • 입력 2001년 4월 23일 18시 46분


미분양 아파트와 상가를 헐값에 처분하는 분양대행계약을 건설업체와 맺은 뒤 분양가를 부풀려 은행에서 분양금 명목으로 278억여원을 대출받은 사기조직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지검 특수2부(이덕선·李德善 부장검사)는 23일 이 같은 사기행각을 벌인 혐의로 분양대행업자 이효웅씨(43) 등 8명을 구속기소하고 김모씨(44·여·보험설계사) 등 2명을 불구속기소했으며 오모씨 등 2명을 지명수배했다.

이씨 등은 허위 입주자를 내세워 분양가의 60∼70%만 주기로 하고 H건설이 서울 송파구, 경기 파주시 등에 지은 아파트와 상가를 임시 분양받은 뒤 분양가를 실제보다 2∼3배 부풀려 작성한 감정평가서와 분양계약서를 8개 시중은행 등에 제출,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186차례에 걸쳐 278억여원을 대출받은 혐의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 등은 H건설이 지은 아파트 등에 분양사무실을 설치하고 분양대행을 하면서 H건설 분양사무소의 임직원으로 행세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모 감정평가법인 경인지사 부장인 유성모씨(46·구속기소)가 이씨 등에게 부동산 감정가를 부풀린 감정평가서 450여장을 발급하고 그 대가로 3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확인하고 이씨 등과 관련이 있는 감정평가법인들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또 은행직원 중 일부가 감정평가가 부풀려졌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묵인하고 대출해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들도 조사중이다. 한편 은행의 대출금은 모두 H건설 명의의 계좌로 입금됐으며 H건설은 이씨 등과 맺은 계약에 따라 임시 분양가를 제외한 나머지 100여억원을 이씨 등에게 넘겼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H건설이 이씨 등의 사기행각을 알았을 가능성도 있지만 범법 혐의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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