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대학 수시모집 '고교 등급화' 논란

  • 입력 2001년 4월 22일 18시 35분


일부 대학들이 2002학년도 1학기 수시모집에서 출신 고교에 따라 수험생의 학교생활기록부 성적을 차등 평가해 사실상 ‘고교 등급제’를 시행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학들은 ‘고교 등급제’는 실제 고교별 학력 차가 있어 모든 수험생의 학생부 성적을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대학들은 학생의 학교 선택권이 없는 고교 평준화 제도에서 선배의 ‘업적’에 따라 수험생의 학력을 평가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반발이 있어 공개적으로 이를 시행하지는 못하고 있다.

성균관대는 최근 1학기 수시모집 요강에서 지원자격을 학생부 성적 10% 이내로 제한하면서 최근 3년간 30명 이상 성균관대 입학생을 배출한 고교 출신자에 대해서는 15%로 완화하고 1단계 선발과정에서 최근 3년간 고교별 진학 성적을 참고한다고 밝혔으나 이를 취소했다.성균관대측은 22일 “지원자격이나 1단계 선발과정에서 ‘차이’를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어 이를 취소했다”면서 “최종 선발과정에서는 학생부 성적 차를 고려하지 않을 방침이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20일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 몇 개 대학 입학처장과 교육단체 관련자가 참가한 간담회를 갖고 ‘고교 서열화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입시요강에서 학생부 성적을 차등 평가하는 조항을 넣지 말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고려대가 최근 3년간 고려대에 진학한 해당 고교 학생들의 성적을 참조하고 연세대는 학생부 성적을 검토하면서 내부적으로 출신 고교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부 고교와 학부모들은 신경을 쓰고 있다.

서울 반포고 이운주(李雲柱) 교장은 “대학들이 고교별로 학력 차를 감안해 추천 제한선을 둔다는 이야기가 들려 각 대학의 입시요강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 김모씨(48·경기 고양시 일산동)는 “대학별로 어느 고교에 추천할 수 있는 인원을 할당했다는 설이 학부모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성학원 이영덕 평가실장은 “대학들이 드러나지 않게 고교간 학력 차를 내부 전형자료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김정명신 사무처장은 “대학이 학력만을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고교 등급제’를 반대했다.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이 학력이 아닌 특기 적성 등을 평가해 신입생을 선발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