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향리 주민 이겼다…미군 소음피해 국가배상 판결

  • 입력 2001년 4월 11일 18시 37분


‘매향리’ 미공군 사격연습장 인근 주민들이 폭격훈련 소음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번 판결은 미군의 군사시설이나 훈련으로 인한 피해를 처음으로 공식 인정, 국가의 배상을 명령한 것이어서 앞으로의 유사 사건 판결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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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서울지법 민사37단독 장준현(張準顯)판사는 11일 경기 화성시 우정면 매향리 일대 주민 1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주민들에게 총 1억32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매향리 사격장 인근지역은 사격훈련으로 인한 소음 수준이 평균의 두 배에 가까운 90㏈이며 최고 130㏈까지 올라가는 사실이 인정된다”며 “주민들이 이 같은 소음에 20분 이상 노출되는 과정을 하루에 10회 이상씩 반복하면서 수십 년간 지내온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는 사회통념상 한도를 넘어서는 것으로 불법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주민들이 소음으로 인해 청력손상과 수면장해 등 각종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봤을 뿐만 아니라 전화통화 자녀교육 등 일상생활에도 큰 장애를 입은 만큼 국가는 이를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오폭(誤爆)에 대한 불안감이나 개발제한 등으로 인한 피해는 입증할 근거가 부족해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주민반응 등〓이에 대해 주민대책위원회는 “주민들이 피해를 완전히 배상받지 못했기 때문에 항소할 것”이라며 “미처 소송을 내지 못했던 다른 주민들을 포함시키고 청구액도 늘려 법정투쟁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매향리 주민 2000여명은 ‘쿠니 사격장’으로 불리는 미공군 사격연습장에서 1951년부터 계속된 기총 및 포탄투하 훈련 때문에 인명과 소음 피해 등을 보았다며 국가에 배상신청을 냈으나 기각되자 98년 2월 소송을 냈다.

이 사건은 소송이 진행중이던 지난해 5월 미군의 훈련 도중 오폭사고가 발생, 주민들이 사격장 이전 등을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주목을 받았으며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의 개정 여론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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