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제한법 부활]전문가 2인 '이렇게 본다'

  • 입력 2001년 3월 23일 18시 36분


▼백태승 연세대교수 "찬성"▼

이자제한법은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일부에선 이자제한법이 시장에 의한 이자결정을 방해한다며 반대하지만 제한선을 높게 두면 이같은 문제는 피할 수 있다.

98년 이자제한법이 폐지되자 고리대금업자는 만세를 불렀고 피해자는 과거보다 속출했다. 현재 사채시장에선 월 30∼90%의 이자율이 일반화됐다. 은행 등 공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우리의 경우 불행히도 서민들이 다양한 기관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현재 250만명에 이르는 신용불량자가 있으며 구조조정 등 불안한 경제상황을 고려한 ‘잠재적 불량자’까지 더하면 약 500만명이 사채시장에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사채 고금리 피해자가 소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본과 대만도 이같은 이유에서 최고 이자율을 제한해 약자를 보호하고 있다. 민법에서도 공금리보다 4∼5배를 초과하는 과도한 금리약정은 제104조의 폭리행위 및 제103조의 반사회질서에 해당돼 ‘무효’로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지만 상명대교수 "반대"▼

이자율이란 자금의 수급상황을 반영하는 일종의 ‘가격’이다. 위기 때나 불확실성이 높을 때 이자율은 급격히 올라갈 수 있다.

만일 이자율에 제한을 두면 시장상황을 탄력적으로 반영할 수 없다. 이는 자금시장의 왜곡을 부르고 거래자체가 중단되는 상황까지 몰고 간다. IMF외환위기 당시 이런 사례가 있었다. 시장금리가 연 30%선을 웃도는데 법으로 연 25%로 제한하다보니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자제한법의 부활을 반대하는 다른 이유는 이자제한법이 사채시장의 고금리를 막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자제한법이 있던 과거에도 사채시장에선 연 40∼360%의 금리로 거래가 이뤄졌다. 만약 이자제한법을 만들어 엄격히 적용하려 하면 이들은 수수료 등 대안을 찾아낼 것이다.

이보다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는 사람도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대출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낫다. 요즘 확산되는 캐피털 카드론 할부금융 등 여신전문금융이 그 예다. 대금업을 양성화시키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가격과 관련된 문제를 법으로 해결하려 들면 암시장만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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