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재 "노동자들만 고통 전담"…노총 대의원대회 참석

  • 입력 2001년 2월 27일 19시 33분


“97년 대선 때 등을 돌렸던 노동자도 이젠 우리 편이다.”

한나라당 총재실 관계자들은 27일 한국노총 대의원대회의 분위기를 전하면서 밝은 표정으로 이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이날 축사를 통해 현 정부의 4대 구조조정이 실패했다고 진단하고 대우자동차 사태와 국민―주택은행 합병을 ‘노동자만 희생시키는 졸속 구조조정’이라고 주장해 박수를 받았다.

이 총재는 또 “노동자의 지지로 탄생한 현 정권의 무원칙하고 불공정한 노동정책으로 노동자들만 고통을 전담하고 있다”며 “집권하면 원칙과 신뢰가 기본이 된 노동정책을 펼치겠다”고 약속해 몇 차례 더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민주당 김원기(金元基) 고문이 등단하자 참석자들의 반응은 냉랭하게 변했다. 김 고문은 이를 의식한 듯 “야당을 할 땐 말하기가 쉬웠는데 여당을 대표해 오니 (말하기가) 어렵다”고 운을 뗐다.

이어 김고문은 ‘메인 스트림(Main Stream)론’을 주장한 이 총재를 겨냥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민주당은 주류가 아니어서인지는 몰라도 노동자와 서민에 대한 애정이 있다” “대선 주자들이 인기에 연연하는 풍토는 차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수소리는 짧았고 연설 도중 “그만 끝내”라는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어 등단한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대표는 “여러분이 이 총재와 김 고문에게 박수를 가려서 줬는데 그 뜻을 안다”며 “현 정부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이 안된다는 뜻이며 나도 그 박수에 동참한다”며 이 총재를 거들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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