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주기 수사거절 경관 보복성 '좌천인사' 의혹

  • 입력 2001년 1월 29일 18시 58분


경기지방경찰청이 정기 인사를 단행하면서 여당의 모 실세의원과 본청 간부의 ‘잘 봐달라’는 요구를 뿌리친 것으로 알려진 경찰 간부를 관내 2급서와 3급서로 전출시켜 보복인사가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경찰관들은 “정당한 수사를 하고도 외부압력으로 당사자들이 보복을 당하면 앞으로 누가 공정한 수사를 할 수 있겠느냐”며 술렁거리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은 29일 경정과 경감급 간부 171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하면서 수원중부경찰서 김춘섭(金春燮·경정) 형사과장을 2급서인 화성경찰서 경무과장으로 발령했다. 이에 앞서 27일 수원중부서 이병은 형사반장(경위)이 3급서인 양평경찰서로 인사조치됐다.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2개월간 수원소재 S관광호텔 대주주인 변호사와 호텔상무 박모씨(42) 등 4명이 호텔이 부도나 경매에 부쳐지자 허위로 체불임금 서류를 꾸며 돈을 챙긴 혐의(사기 등)를 잡고 수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청 간부와 여당 관계자들로부터 수사 상황을 묻는 전화와 사건무마압력을 받았다는 것. 하지만 이들은 수사를 계속해 이 호텔 상무 박씨를 구속하고 변호사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그러나 변호사는 검찰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경찰관들은 특히 수사 후 경찰청 기획감찰계로부터 이례적으로 감찰조사를 받기도 했다.

당시 수사에 관계했던 동료 경찰관들은 “수사초기 여권의 실세 국회의원의 비서라는 사람이 전화를 걸어와 사건내용을 물은 뒤 무마해줄 수 없느냐고 말한 것을 비롯해 본청 간부와 서울 일선서 몇몇 과장들로부터도 같은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서장으로부터 “‘자신이 있느냐, 죽을 각오는 돼 있느냐’는 등의 얘기를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와 관련, 경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감찰조사결과 수사상의 잘못이 발견돼 인사조치를 했을 뿐”이라며 “본청에서 이들의 인사조치 내용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오진선 수원중부경찰서장도 “변호사가 관련된 사건이라 제대로 수사를 하라고 격려했을 뿐 압력을 가한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수원〓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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