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한 1200억 사기대출 은행들 알고도 모른척

  • 입력 2000년 12월 7일 18시 42분


위장 해외법인과 수출입 거래를 한 것처럼 은행을 속여 1억달러(약 1200억원)를 조달한 (주)새한의 위법 사실을 은행들이 알고도 모른 척 은폐해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에 따라 이들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판과 함께 로비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하나 한빛 조흥 한미 신한 등 5개 은행은 새한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하고 회계법인의 실사가 끝난 올해 7월말쯤 자신들이 ‘속았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은행들은 체면을 지키고 새한이 워크아웃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를 숨겨왔다”고 말했다. 신한 한빛 하나은행 담당자도 “워크아웃을 위한 실사과정에서 문제를 알게됐다”고 시인했다.

새한은 작년 여름 홍콩에 SPC라는 위장 법인을 설립해 이 회사와 수입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속여 올 1월까지 5개 은행의 선대(先貸) 신용장을 개설 받았다. SPC는 신용장을 담보로 홍콩 K은행으로부터 1억달러를 조달해 7000만달러를 국내로 송금했으며 새한은 이 돈으로 제2금융권 부채를 갚았다. 사실을 알게된 일부 은행은 이 문제로 수 차례 대책회의까지 가졌으나 결국 사건을 은폐했다.

하나은행은 신용장의 지급보증 규정에 따라 홍콩 K은행에 100억원 정도를 지급한 상태이며 나머지 은행들도 앞으로 만기가 돌아오면 홍콩 K은행에 SPC의 채무를 대지급해야 한다.

한편 금감원은 다른 워크아웃 기업들도 이같은 방식으로 자금을 편법 조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특별 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훈·이나연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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