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개원의등 반발땐 순탄치 않을 듯

  • 입력 2000년 11월 21일 18시 34분


의―약―정(醫―藥―政)이 합의한 약사법 개정안의 국회상정에 대해 의료계 내부의 찬반 의견이 팽행히 맞서다가 투표를 통해 극적으로 수용 결정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그동안 잦은 파업으로 인한 진료 공백과 의약 분업을 둘러싼 혼선으로 지지부진했던 의약 분업이 제 궤도에 오르게 됐다. 그러나 의―약―정 합의안에 대해 반대하는 강경파가 많아 내분 등 후유증과 함께 의약 분업의 정착까지는 상당한 험로가 예상된다.

▽약사법 재개정〓의료계가 회원 투표를 통해 약사법 개정안을 근소한 표차로 추인함으로써 개정안은 청원에 의한 의원입법 형식으로 정기국회 중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의―약―정 3자 합의를 토대로 정부가 준비해 둔 약사법 개정안에 대한의사협회장과 대한약사회장이 서명한 뒤 국회에 청원서를 제출하면 이를 국회가 의원입법으로 통과시키는 것.

최선정(崔善政)보건복지부 장관은 “약사법 개정안의 처리과정에서 의―약―정 합의내용이 변질되거나 왜곡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했었다.

이에 따라 개원의를 중심으로 거론돼 온 임의분업(선택분업)실시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쟁투가 개원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내부 조사에서는 70∼80%가 임의분업에 찬성해 상당한 내부 진통이 예상된다.

대한병원협회는 병원내 외래조제실을 허용하고 일정기간 임의분업을 시행한 뒤 완전분업으로 가자는 주장을 해왔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한 대한의사협회가 병원내 조제실 설치에 반대하자 3자 합의에 다소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의약 분업 전망〓의료계와 약계의 합의에 따라 약사법이 개정되더라도 시행과정에서 의료계가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고 마찰을 빚을 경우 의약분업도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의약분업은 7월 이후 이미 5개월 동안 시행되면서 국민불편 사항이 개선되고 상당부분 정착된 상태이긴 하지만 처방약 목록 공개와 약품 재분류 등의 문제가 매끄럽게 해결되지 않아 환자가 약을 찾아 헤매는 불편은 여전하다.

의약간 협조체제가 정착되기 전에는 제약업계와 의약품 유통업계가 제도 자체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물론 분업에 관한 세부사항 보완 및 의료체계와 의료보험 개선 등의 작업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의료계 투쟁방향〓합의안 수용과정에서 심각한 내부갈등을 겪은 만큼 의협 집행부와 강경파인 의권쟁취투쟁위원회간의 힘 겨루기가 불가피해졌다.

투표 결과가 일단 합의안의 국회상정에 긍정적으로 나왔지만 의쟁투는 의협 집행부가 찬성표를 유도하기 위해 일부 지역에서 전화투표 등 비상식적인 방법을 동원했다고 반발해 벌써부터 개표시비가 일고 있다.

그러나 4월 이후 휴진과 총파업이 반복되면서 국민 여론이 부정적으로 돌아갔고 전공의들이 일단 진료에 복귀키로 결정해 당분간 재파업 등 강경 투쟁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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