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마산교도소 '부부만남의 집' 첫 운영

  • 입력 2000년 8월 29일 18시 44분


살인죄로 징역 17년6월을 선고받고 12년째 복역중인 최모씨(51). 그로서는 꿈도 꿀 수 없었던 행운이 29일 찾아왔다. 아내(50)와 두 자녀를 만나 가족끼리만 오붓한 하룻밤을 보낸 것이다.

“여보, 날씨도 더운데 건강은 괜찮으세요.”

“나야 별일 없지. 당신을 너무 고생시켜 미안하네.”

이날 낮 12시반경 경남 마산시 회성동 마산교도소의 ‘부부 만남의 집’에서 만난 이들은 처음에는 서로 부둥켜안고 볼만 비벼댔다.

이어 부인은 집에서 가져온 쌀로 밥을 안치고 딸은 소갈비를 주방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 ‘멋진 오찬’을 준비했다. 최씨 가족의 이날 만남은 아무런 통제나 감시 없이 완전히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마산교도소는 5000여만원을 들여 교도소 관리청사 인근에 ‘부부 만남의 집’을 세워 이날 개관, 첫 숙박자로 모범수인 최씨를 선정했다. 이 집은 80여평의 대지에 건평 20평 규모의 콘도형 단층집으로 욕실이 딸린 방 2개와 주방 거실 등이 갖춰져 있다.

최씨의 부인은 “통보를 받고 며칠 전부터 가슴이 두근거려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고 말했다.

‘부부 만남의 집’은 미국 미시시피주의 ‘빨간 집(Red House)’이라는 접견소를 본뜬 것. 이 시설은 부부간의 애정표현과 성접촉 공간을 마련해 줘 교도소 내의 각종 불상사 예방과 갱생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마산교도소는 앞으로 부산과 울산 경남지역 교정기관에서 복역중인 모범 장기수 가운데 일주일에 3, 4명을 선정해 가족과 만나는 기회를 줄 예정이다.

<마산〓강정훈기자>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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