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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7월 20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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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으로 흩어진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일부분이 북한에 남아있는 한국의 국보, 남쪽에 있지만 발굴지가 북한이어서 정확한 역사적 가치가 확인되지 않은 문화재, 북한에서 문을 연 뒤 6·25전쟁 이후 남한에 자리잡은 학교…. 이처럼 남북으로 흩어진 문화재와 학교 등도 지금 ‘상봉’을 준비하고 있다.
평양 평천리에서 출토된 국보 118호 금동반가사유상은 핵심부분인 광배(光背·불상의 뒤에 세워 부처의 초인성을 나타내는 장식)가 없다. 북한 어디엔가 있을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국보 85호인 ‘신묘명금동무량수삼존불’은 고구려시대 불상으로 황해도 곡산에서 출토됐지만 현장발굴을 하지 못해 정확한 제작배경이나 다른 고구려 유물과의 역사적 관계 등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이영훈(李榮勳) 고고부장은 “유물의 일부가 북한에 남아있거나 발굴지역 조사가 이뤄지지 못한 유물 모두 ‘이산(離散) 문화재’인 셈”이라며 “문화재 상봉은 물론 남북 문화재 교류전시를 위한 경비를 내년도 예산에 반영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숭실대는 10월10일 104주년 개교기념일에 맞춰 총장과 학교관계자들이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다. 1897년 평양 신양리에서 숭실학당으로 출발했던 이 학교는 ‘평양 캠퍼스 복원을 위한 3단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옛 캠퍼스 자리에는 현재 러시아 대사관과 김영직박물관 등이 들어서 복원은 어렵다고 보고 △평양 숭실 졸업생 찾기(1단계) △숭실대와 김일성대 김책공대 등과 경평축구 부활(2단계) △평양에 의과대 예체능대 등 설립(3단계) 등의 계획을 마련했다.
1907년 평북 정주에 세워져 지금은 서울 보광동에 자리잡고 있는 오산고도 ‘옛 교사복원의 꿈’을 키우고 있다. 박강용(朴江龍) 행정실장은 “옛 본관건물이 그대로 남아 정주농업대학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이사회와 동문들이 복원문제를 활발히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1894년 평양에서 시작한 광성고의 정복준(鄭福俊·59)교장은 “옛 학교터에 김일성광장이 들어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사장과 총동문회장이 북한을 방문해 학교복원을 추진해야 한다는 안건을 이달말 열리는 이사회에 정식 상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동영기자>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