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연금보험 약속금액 20년후 '반토막' 될수도

  • 입력 2000년 7월 19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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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회사의 개인연금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이 통상 20년 뒤 연금을 받을 때 보험사들이 제시한 금액보다 훨씬 적게 받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을 타게 될 시점에 시중금리가 크게 떨어질 경우 연금액은 당초 보험사가 예시한 금액의 절반에 그칠 수도 있다.

A생명보험회사의 슈퍼골드연금보험에 가입한 김모씨(35)는 요즘 걱정이 생겼다. 설계사는 “20년 동안 매달 14만7900원을 내면 55세엔 기본연금 300만원에 배당금 382만원 등 총 682만원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65세까지 받게 될 연금총액은 8955만원이며 88세까지의 총액은 6억5977만원이라는 것. 그러나 이 연금액이 보장되느냐고 묻자 “받을 시점의 이율에 따라 다소 변동된다”며 한걸음 물러섰다. 과연 ‘다소’란 어느 정도일까.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4년 국내에 도입된 개인연금보험의 납입 총액은 약 17조원(7월 현재). 삼성 교보 대한 등 생명보험사에 약 175만건, 손해보험사에 171만건이 가입돼 있을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지급이 보장되지 않는 ‘배당금’을 연금 예시액으로 제시해 가입자들에게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국내 연금보험의 90% 정도는 계약체결 당시 보험료 운용이율인 ‘예정이율’이 확정돼 있다. 현재 기본연금 산출에는 연 6.5%의 예정이율이 적용된다.

보험사들은 이 기본연금 외에도 시장 금리에 따라 지급이 불확실한 배당금, 즉 증액연금과 가산연금을 ‘연금수령액 예시’에 포함시켜 예시액을 부풀리고 있다.

김씨가 가입한 교보생명의 배당률은 연 9%. 20년간 납입하는 보험료에다 연 2.5%(배당률 9%와 예정금리의 차)를 곱한 배당이 증액연금으로 연간 247만원이다. 또 김씨가 55세가 된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이제까지 쌓인 보험료 총액에다 이 금리차를 곱한 배당이 가산연금이며 연간 135만원.

그러나 20년 뒤 시장이율이 예정이율인 6.5% 이하가 되면 증액연금은 현격히 줄고 가산연금은 사라진다. 이 때 김씨가 55세에 받는 연금은 기본연금인 300만원을 조금 웃돌며 65세까지 10년 동안의 연금총액은 3300만원, 88세까지는 1억1900만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이 같은 영업전략은 생명보험회사엔 관행처럼 돼 있다. B생명보험의 ‘드림라이프 연금보험’의 경우 30세의 남자가 25년간 매월 19만4800원을 납입할 경우 55세에 1년간 받는 연금으로 1526만원을 ‘예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배당률을 연 8.5%로 가정한 경우. 배당률이 현재의 예정이율 이하가 되면 예시액의 70∼80%에 불과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C생명의 ‘기쁨 둘 행복 셋’ 연금보험 가입예시에도 배당금이 포함돼 있다.

개인연금보험 개발자는 배당률이 떨어질 가능성에 대해 “20, 30년 뒤의 이자율을 예측하는 만큼 보험사로서는 위험이 따른다”며 “그러나 일본의 경우 예정이율을 잘못 계산해 보험사가 기본연금도 감당하지 못해 파산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배당률이 높은 회사의 경우 지급이 보장되지도 않은 높은 배당금으로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금감원의 개인연금 담당자는 “보험업법에는 한 회계연도가 끝나기 전에는 고객에게 배당률을 제시할 수 없기 때문에 예상 배당금을 높게 예시해 보험을 판매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보험사들은 정책 당국에 제출하는 팜플렛에는 배당금을 제시하지 않고 고객 세일즈에 사용하는 ‘보험설계서’에만 연금 수령액을 예시하고 있다. 또 보험설계서에는 배당예시금액에 대해 ‘매년 배당률이 변동될 수 있기 때문에 장래에 지급을 보증하는 금액은 아닙니다’라고 표기해 책임을 피하고 있다.

따라서 가입자는 확실하게 받을 수 있는 ‘기본연금’의 규모를 확인해야 한다. 물론 시장금리가 20년 뒤 급격히 떨어진다면 현재의 연 6.5%의 이율도 유리한 것일 수 있다. 배당금이란 유동적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보험사가 제시하는 금액에 지나치게 의지하지 말아야 한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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