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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6월 28일 19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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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특허청이 26일 확정한 변리사법 시행령 개정안 중 2002년부터 바뀌는 변리사 시험제도. 바뀐 제도는 2차 시험과목을 기존의 6개에서 4개로 축소한다는 게 골자. 기존 변리사와 수험생들은 이에 대해 “1차 시험을 면제받는 특허청 직원의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2차 과목을 줄였다”고 반발하고 있다.
반면 특허청은 모든 일반 수험생들이 보게 돼 있는 1차 과목은 현행 과목수를 그대로 유지했다. 게다가 외국어 선택과목을 영어로만 지정, 일본어나 독일어 등을 공부해온 수험생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5월에 특허청이 이같은 방안을 입법 예고했을 때부터 변리사와 수험생들은 강력한 반대의견을 나타냈으나 특허청은 이를 묵살하고 끝내 강행했다.
특히 특허청은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투명한 결정 절차를 거의 거치지 않아 더욱 비난을 사고 있다. 특허청은 여론 수렴을 위해 흔한 공청회 한번 갖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허청은 변리사들의 반발이 워낙 심하자 이들과 간담회를 가졌지만 여기에서 나온 반대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게다가 특허청은 이 간담회에 참석한 변리사들의 명단을 자체 홈페이지에 공개해 변리사들로부터 ‘블랙리스트’라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시험 개정안이 알려지자 최근 특허청과 산업자원부 홈페이지에는 이를 성토하는 E메일이 쇄도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을 낸 특허청에 특허를 내줘야 한다”는 비아냥부터 “눈과 귀를 막은 특허청” 등 비난성 메일들이다.
1차 선택과목에 외국어를 영어로만 한정한 것도 국제화와 전문성을 무시한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 변리사는 “시험의 형평성은 물론 지적재산권 보호 전문가로서, 변리사의 전문성과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특허청은 “경력 공무원에 대해 시험을 일부 면제하는 것은 변리사뿐만 아니라 세무사 관세사 등 모든 전문자격사에 공통”이라며 “별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