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베이징大, 韓-中 문화교류 토론

  • 입력 2000년 6월 13일 19시 17분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13일 오후 서울대 문화관 세미나실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대표적 지성인 서울대생과 베이징대생 40여명이 모여 양국 문화교류에 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베이징대 학생 대표단 20명은 98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베이징대를 방문해 제안한 한중 청소년 교류사업의 일환으로 한중문화협회(회장 이영일·李榮一)의 초청을 받아 12일 방한했다.

가장 먼저 말문을 연 학생은 서울대 조태익(趙太翊·물리학과 2년)씨.

“한국인들은 덕과 의의 상징인 유비를 높이 평가하고 현실 감각이 뛰어났던 조조에 대해서는 가차없는 비판을 가하는 삼국지에 열광하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역설하는 한국인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아직도 오래 전 중국 대륙에서 건너온 유교의 영향이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베이징대 후슈앙(胡爽·법대 3년)씨가 조씨의 말을 받았다.

“과거에는 중국이 한국문화에 거의 일방적으로 영향을 주었지만 최근에는 중국 청소년들이 한국의 패션과 대중음악에 열광하는 등 거꾸로 한국문화가 중국에 밀려들어 ‘한국붐’을 형성하고 있다.”

패션이나 음악 외에 다른 영향은 없느냐는 서울대생들의 질문에 진진핑(金錦萍·여·법대 2년)씨는 “한국이 금융위기를 맞았을 때 국민이 금가락지 모으기 운동을 펼치는 것을 보고 감명받았다”며 “한국의 경제는 중국의 발전 모델이 되고 있다”고 답했다.

베이징대생들은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한국과 북한 관계가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시간 남짓 의견을 주고받은 양국 학생들은 마지막으로 하회탈과 베이징대 상징이 그려진 티셔츠를 교환하면서 우의를 다졌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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