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에 이같은, 이른바 ‘잔혹 사이트’들이 범람하며 네티즌들의 정서를 크게 해치고 있다. 외국에서 시작된 ‘잔혹 사이트’는 최근 일부 국내 네티즌들이 모방하면서 국내에만 이미 10여개의 사이트가 개설돼있다.
통신작가의 모임이라는 한 사이트의 ‘엽기적 상상’코너에는 차마 쳐다볼 수 없는 900여장의 ‘하드고어(피가 뒤엉킨)’ 사진과 동영상들로 꽉 차있다. 지난해 7월 개설된 이래 이 사이트를 찾은 방문객만도 224만명에 이르고 있다.
자신을 중학교 3년생이라고 소개한 한 네티즌이 만든 사이트도 충격적이다. ‘고어 갤러리(Gore Gallery)’에는 목이 잘려나간 사람의 알몸 사진 등 40여장이 버젓이 올라있다. 이곳을 찾은 방문객의 반응은 사진만큼이나 충격적이다. 게시판에는 “시체 사진이 너무 멋있다” “이 정도는 별로다” 등 이미 이같은 사이트에 익숙한 네티즌들의 반응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경찰청 사이버 범죄수사대의 한 관계자는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는 정보제공자의 도덕적 윤리적 준수사항만이 나와있을 뿐 이를 어겼을 때 형사처벌조항이 없다”며 “정보통신부에서 이런 사이트를 찾아내 폐쇄하는 방법밖에는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 병원 신경정신과 조수철(曺洙哲)박사는 “자극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이런 사이트들은 토막살인사건과 같은 엽기적 사건들을 조장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호원기자>tigerba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