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일대 시위 무풍지대 될까?

  • 입력 2000년 5월 21일 20시 27분


과연 서울 광화문 일대가 집회 및 시위의 무풍지대가 될 수 있을까.

청와대가 가까이 있고 정부중앙청사 주한미국 대사관 등이 모여 있어 1년 내내 각종 집회와 시위로 몸살을 앓던 광화문 일대에 외국대사관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건전한 시위문화 정착이란 과제와 관련, 관심을 끌고 있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1조는 ‘국회의사당, 각급 법원, 국내주재 외국 외교기관 등의 경계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에서는 옥외집회 및 시위를 열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이 앞으로 집시법을 엄격히 적용할 방침인데다 이번주 중으로 주한 파나마대사관이 정부중앙청사 후문 맞은편 현대상선(구 현대전자)건물에 새 둥지를 틀 예정이어서 일단 ‘법적으로는’ 광화문 일대가 ‘시위불가 지역’이 될 전망이다. 특히 전교조 등 시민단체들이 집회의 단골장소로 이용하던 정부중앙청사 후문은 바로 이 ‘100m 룰’에 의해 시위가 완전 금지된다.

각종 집회가 자주 열리던 광화문네거리에 있는 동화면세점 앞도 지난해 7월 브루나이 대사관이 입주하면서 집회가 금지됐다. 따라서 기존 미국대사관 등과 함께 대사관 세곳으로부터 각각 ‘100m 룰’을 적용하면 광화문 일대에서 시위를 할 수 있는 공간은 크게 줄어든다.

게다가 경찰은 최근 화염병이 다시 등장하자 “합법집회는 보호하겠지만 불법집회는 폭력 사용여부와 상관없이 참가자 전원을 사법처리하겠으며 불법집회 참가자는 집회 이후에도 사진 채증 등의 방법으로 끝까지 추적하겠다”는 강경 입장이다.

또 경찰은 9월 정기국회 때 ‘주말과 공휴일의 도심 집회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집시법 개정안을 낼 예정. 이 법이 통과된다면 ‘100m 룰’이라는 공간적 제약에 공휴일 금지라는 시간적 제약까지 받게 되는 광화문 일대는 법률적으로는 시위를 할 수 없는 장소가 된다.

이같은 법규정과 경찰 방침에 대한 우려와 반발도 적지 않다. 참여연대 박원순(朴元淳)사무처장은 “집회와 시위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이 자신의 의사를 밝힐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으로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며 “무조건 시위를 제한하는 것은 오히려 불법시위를 양산해 물리적 충돌만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총련 관계자도 21일 “경찰이 허용하든 말든 필요하면 언제든지 광화문에서 시위를 강행하겠다”고 밝혀 물리적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자세다.

이에 대해 경찰관계자는 “서울의 한복판인 광화문에서의 시위는 도심 일대에 교통체증을 일으켜 많은 시민들에게 불편을 안겨주고 특히 과격시위는 시민들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어 도심시위는 철저히 막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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