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총리 부동산 명의신탁]시민단체등 비난

  • 입력 2000년 5월 18일 19시 55분


“총리가 세금 덜 내겠다고 명의신탁하는 마당에 국민 가운데 누가 세금을 성실히 내려 하겠습니까.”

주요 시민단체들은 18일 박태준(朴泰俊)총리의 부동산 명의신탁 사실에 대해 일제히 비난 성명을 내고 박총리의 사과 혹은 사퇴를 요구했다. 또 시민과 네티즌들도 “세금 안낸 사람은 총리 자격이 없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경실련은 18일 성명을 내고 “총리가 탈세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했다는 사실에 충격과 당혹감을 금할 수 없다”며 “박총리는 재판과 상관없이 관련 부동산의 취득 및 자금 형성 경위와 탈세 내용을 국민 앞에 솔직히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함께 하는 시민행동(대표 이필상·李弼商 고려대 교수)도 성명을 내고 “박총리의 행위는 성실하게 납세의 의무를 다하는 국민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다”며 “박총리는 공직자로서 도덕적 사회적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참여연대의 이태호(李泰浩)시민감시국장은 “총리가 세금을 덜 내려 한 전력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다수 국민은 수치심을 느끼고 있다”며 “박총리는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명의신탁 과정을 상세히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하이텔 이용자인 네티즌 김기형씨(아이디:TIMOTHY1)는 ‘황당한 총리, 환장하는 국민’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정부는 세수가 부족하다며 기름값도 올리려 한다는데 총리가 세금을 덜 내려 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국세청은 부도덕한 방법으로 재산을 모은 고위공직자 전원에 대해 세무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사원 백인탄씨(30)는 “박총리가 문민정부 시절 탄압을 받아 외국을 전전했던 것이 다 쇼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며 “박총리는 자신의 행동이 성실하게 살아온 대다수 국민에게 얼마나 큰 절망을 안겨줬는지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