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軍 매향리 18일부터 사일간 현지조사…피해확인땐 배상

  • 입력 2000년 5월 16일 1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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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군당국은 16일 경기 화성군 우정면 매향리의 미군 사격장 인근 주민 피해와 관련해 한미합동조사단을 구성해 18∼20일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조사기간 중 미군의 사격훈련을 중지키로 했다.

국방부 이광길(異光吉·육군소장)군수국장과 주한미군 마이클 던 부참모장(소장)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의 매향리 주민피해 대책을 공동으로 발표하고 조사결과 미군책임이 명백히 입증되면 주민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합동조사단은 이 군수국장과 던 부참모장 등 한미 관계자 14명으로 구성됐는데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은 미군의 공무수행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미군과 한국측이 75대 25의 비율로 배상토록 규정하고 있다.

국방부는 사격장 주변 매향리, 석천리, 이화리 지역 주민의 이주도 적극 추진하되 이들 주민이 요구하는 소음피해 보상은 현행법상 어렵기 때문에 항공기 진입 방향과 고도, 표적지역 조정 등을 통해 소음피해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이날 국방부와 주한미군측은 매향리 사격장 인근에 8일 A10기가 비행중 엔진 이상을 일으켜 떨어뜨렸던 폭탄은 전시용 MK82탄 6발로 연습용이 아닌 실전용 활성탄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한미군은 인체 유해여부로 논란을 빚고 있는 우라늄탄의 사용은 강력히 부인했다.

<송상근기자> songmoon@donga.com

▼우라늄폭탄 사용 논란▼

미국인 반전평화운동가가 경기 화성군 우정면 매향리 미 공군 사격장에서 열화 우라늄 폭탄이 사용됐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연합이 주최하는 광주항쟁 20주년 기념 국제평화대회 참석차 방한해 16일 대구를 방문한 미 공군 전투기 조종사 출신 반전평화운동가 브라이언 윌슨은 “매향리 미 공군 사격장에서 열화 우라늄이 부착된 폭탄을 훈련에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윌슨은 “매향리 앞바다에서 훈련중인 미 공군 A10기는 우라늄이 부착된 무기를 싣고 다니며 탱크를 파괴하는 데 활용되는 전투기”라며 “매향리 해안에서 발견된 폭탄 파편에 새겨진 BDU(Bomb Depleted Uranium)는 열화 우라늄 폭탄의 약자”라고 덧붙였다.

그는 “열화 우라늄 폭탄은 걸프전 때 이라크 탱크를 폭파시키는 데 사용됐으며 그 후 10년 동안 이라크 지역 주민들이 우라늄 폭탄 사용 후유증으로 유산, 기형아 출산, 유전자 변형 등 인체적 피해를 보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고 밝혔다.

윌슨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전만규(全晩奎·44) 미 공군 폭격소음 공해 대책위원장은 “매향리 해안에서 발견된 폭탄 파편에 ‘BDU’라는 표시가 돼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폭탄은 표면이 파란색으로 도색돼 있어 연습탄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이광길(異光吉·소장)군수국장과 주한미군 마이클 던 부참모장(소장)은 15일 기자회견을 갖고 “주한미군이 감손 우라늄 탄약을 평시 훈련용으로 보유하거나 사용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날 문제의 ‘BDU’는 공대지 연습탄을 지칭하는 ‘Bomb Dummy Unit’의 약자일 뿐 열화 우라늄 폭탄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미 양측은 또 “한국군의 경우 감손 우라늄 실탄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주한미군이 전시용으로 감손 우라늄 실탄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환경연합은 16일 미군의 열화 우라늄탄 사용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환경연합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열화 우라늄탄 사용에 대한 진실 규명, 매향리 사격장의 즉각적인 폐쇄, 미군 당국의 공식 사과 및 피해 배상,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등을 한국 정부와 미군 당국에 촉구했다.

▼우라늄탄이란▼

핵발전에 사용하는 우라늄 폐기물을 재가공해서 만든 탄약으로 미군이 강력한 철갑으로 제작된 소련군 탱크를 파괴하기 위해 70년대부터 개발했다. 30㎜에서 127㎜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크기로 만들어 A10전폭기나 지상 야포에 장착해서 발사한다.포탄 머리부분에 열화 우라늄을 담은 ‘관통자’가 탱크 1대를 뚫고 지나간 뒤 다른 탱크를 다시 파괴할 정도로 위력이 강하다. 이 폭탄은 91년 걸프전에서 처음 사용되고 지난해 코소보 내전에도 사용되면서 국제적 논란이 됐다. 폭발 후에도 절반 이상의 방사능이 그대로 남아 민간인도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송상근기자·화성〓박정규기자>songmoon@donga.com

▼SOFA 전면개정 촉구 시위▼

120여개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불평등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국민행동’(상임대표 문정현)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미대사관 옆 시민공원에서 SOFA의 전면적인 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국민행동은 이날 집회에서 “SOFA의 전면적인 개정 없이는 매향리 사고와 같은 주민 피해를 방지할 수 없다”며 “SOFA 개정을 위한 한미 양국의 협상을 즉각 재개하고 매향리 사격장을 폐쇄하라”고 미국측에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50년 발생한 익산역 양민학살사건의 피해자 20여명이 참석해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양민학살에 대한 진상 규명과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며 20일간의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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