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의혹]알스톰회장 단번에 설득 崔씨 비책은?

  • 입력 2000년 5월 11일 19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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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10일 법원에 제출한 호기춘(扈基瑃·51·여)씨의 공소장은 호씨와 최만석씨(59), 알스톰사의 ‘로비를 둘러싼 삼각 관계’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긴밀했음을 보여준다.

영어와 프랑스어에 능통했던 호씨는 90년대 초부터 당시 고속철도 차량 납품사업을 추진중이던 알스톰사의 일을 돕다가 이 회사 한국지사장 C씨(프랑스인)를 만났다. 검찰은 그 후 어느 시점부터 두 사람이 ‘내연’의 관계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차량선정 입찰이 몇차례 유찰되자 초조해진 알스톰사측은 93년 1월 김영삼(金泳三)정부 출범전 호씨에게 “새 정부에 로비해 줄 사람을 물색해 달라”는 제의를 했고 호씨는 ‘친구’인 점술가 한모씨로부터 최씨를 소개받는다. 검찰은 당시 호씨가 최씨에게 “차량공급업체 선정이 임박했다”는 취지를 설명했고 최씨와 호씨가 함께 일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호씨가 이처럼 최씨를 신뢰하게 된 데는 점술가 한씨의 ‘추천’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93년 당시 한씨의 점집에는 새정부 실세 정치인이 다수 드나들었고 최씨는 이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단골 고객중 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호씨가 “이런 저런 내가 아는 정 관계 인사들에게 손을 쓰면 일이 잘 될 것”이라는 최씨의 ‘장담’을 곧이곧대로 믿은 것으로 보고 있다.

3개월 뒤인 4월 어느 날. 호씨와 최씨는 방한한 알스톰사 회장, 간부들과 특급호텔 밀실에서 ‘대책’을 ‘협의’했고 로비스트 계약은 그 자리에서 체결됐다.

결국 국제적 대기업인 알스톰사의 회장을 단번에 설득시킨 최씨의 ‘비책(秘策)’이 무엇인지가 이 사건의 최대 미스터리이자 정 관계 로비 수사의 핵심 단서인 셈.

검찰은 로비를 성사시킬 최씨의 ‘비책’을 알고 있을 법한 지사장 C씨와 그의 부인 호씨를 최근 참고인으로 다시 소환 조사했다. 또 최씨의 정 관계 인맥에 관한 정보를 쥐고 있을 수 있는 역술가 한씨도 불러 최씨와 정치인들이 어떤 로비 커넥션을 이루고 있었는지 실마리를 찾아내려고 애를 쓰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그 결과에 대해 “아직은 신통한 성과가 없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채 말끝을 흐리고 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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