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集示法 개정 추진…시민단체 "편의적 발상" 반발

  • 입력 2000년 5월 2일 19시 50분


앞으로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도심지에서 대규모 집회나 시위를 할 수 없도록 경찰이 법률을 개정할 움직임을 보여 논란을 빚고 있다.

경찰청은 2일 일반시민의 사회생활을 해칠 우려가 큰 주말이나 공휴일의 도심지 대규모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마련해 9월 정기국회에 상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청은 또 △한총련 등 폭력시위 전과가 있는 단체나 개인이 신청하는 집회시위를 금지할 수 있도록 하고 △집회시위 주최자가 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는 특정인이나 특정단체의 집회참가를 배제하는 의무를 갖도록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주최자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할 방침이다.

이 같은 개정방침은 최근 시위현장에서 화염병이 1년 만에 다시 등장하는 등 과격 폭력시위가 고개를 듦에 따라 마련된 것.

이무영(李茂永)경찰청장은 이날 “현행법은 집회시위의 주최자들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하도록 돼 있어 일반시민들의 불편과 질서파괴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며 “집회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하되 집회신고 요건을 강화해 이를 위배하는 집회는 금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또 집회와 시위 참가자가 당초 신고한 인원을 초과하는 등 주최측이 고의적으로 신고내용을 어겼을 경우 주최자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내릴 수 있도록 처벌규정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집회 신고시 반드시 신고서와 함께 ‘질서유지 각서’를 내도록 명문화하고 각서를 위반할 경우 처벌하는 규정도 개정안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경찰은 앞으로 사회단체와 일반시민들이 참가하는 공청회 등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인 차병직(車炳直)변호사는 이에 대해 “주말 도심집회가 시민생활에 방해가 되는지는 시민이 판단할 문제”라며 “혹시 있을지 모를 상황을 가정하고 헌법이 보장한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것은 경찰의 지나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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