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총선]건교부 '동강댐 백지화' 선회 논란

  • 입력 2000년 3월 21일 19시 34분


건설교통부는21일 “만일 당정이 동강댐을 백지화하기로 결정한다면 다른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혀 동강댐 건설만이 수자원확보와 홍수예방의 유일한 방법이라던 종전의 입장을 스스로 뒤집었다. 건교부 관계자는 대안으로 “기존의 발전댐들을 다목적댐으로 활용하면 용수공급과 홍수조절이 가능해 새로운 댐 건설과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해 행정부가 정치판의 결정에 얼마나 장단을 잘 맞춰 논리를 뒤집을 수 있는 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건교부는 한강 상류의 화천댐 춘천댐 의암댐 팔당댐 등 발전용으로만 사용되고 있는 댐들에 용수공급 기능을 보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렇게 쉽게 대안을 마련할 수 있었다면 건교부는 왜 그동안 동강댐 건설에 집착해 국론을 분열시켰는지에 대한 설명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현재 전국에는 한국전력 소유의 발전댐이 10개, 수자원공사 소유의 다목적댐이 10개 있으며 그 중 한강수계에 발전댐 8개와 다목적댐 2개 등 10개가 몰려 있다. 건교부의 새 논리대로라면 동강댐을 건설하지 않고도 기존 댐들의 효율적 이용을 통해 용수공급과 홍수조절이 가능함에도 그동안 새로운 댐 건설만을 고집해왔다는 것이 된다.

건교부의 동강댐 건설계획은 1990년 홍수로 인해 강원 영월 일대가 침수되는 등 5200억원의 피해가 났을 때 입안돼 설계까지 마쳤으나 2년 전 환경단체 등의 반대에 부닥쳐 진척되지 못했다.

동강댐 문제에 대한 건교부와 환경부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해 총리실로 넘어가기까지 건교부의 논리는 2011년에는 물 수요량이 367억t으로 늘어나는데 현재 건설중인 용강 남강댐 등 5개가 완공돼도 20억t이 부족하기 때문에 추가 댐 건설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또 북한강에는 많은 댐이 있으나 남한강에는 충주댐밖에 없어 이를 보완할 홍수조절용 댐이 더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됐었다. 그리고 댐을 건설한다면 수몰지역이 가장 적고 경제성이 높은 영월지역이 최적지라는 주장도 내놨다. 그 과정에서 환경보전과 수자원에 대한 국민 의식 변화 등은 고려되지 않았었다.

건교부는 내년초까지 수요관리정책을 통한 물 절약 효과를 감안해 새로운 수요 예측을 산정한 뒤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생활용수는 상류에서, 공업용수는 하류에서 취수하는 등 취수방식의 다양화와 기존 댐들의 연계 활용, 산림녹화, 하천정비 등 다양한 대안들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대안들은 이번 일에서 보듯이 정치권의 정책변화에 따라 앞으로 얼마나 자주 바뀔지는 아무도 모른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환경단체 "당연한 결정"-환경부도 내심 환영▼

21일 민주당이 영월 동강댐 건설계획 백지화 방침을 밝힌 데 대해 환경부는 공식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당이 그같은 입장을 정한만큼 조만간 당정협의 절차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동강댐 건설 여부는 총리실이 판단하도록 돼 있으므로 당정협의는 당과 총리실간에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내심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환경부는 그동안 댐 건설 문제에 대한 ‘협의 기관’으로서 ‘영월댐 건설 타당성 종합 검토를 위한 공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지켜본다는 입장이었지만 실제로는 댐 건설로 인한 환경 파괴를 우려해 왔다.

환경부는 대신 동강댐 건설이 백지화될 경우 산하 ‘물절약추진대책위원회’를 통해 소규모 녹색댐 건설, 중수도 시설 확충 등 물 수요 관리 대책을 적극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

환경운동 단체들은 민주당의 댐건설 반대 입장 천명에 대해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시하면서 조속한 시일안에 당정협의를 거쳐 동강댐 건설 계획을 완전히 백지화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환경운동 단체들은 원앙 검독수리 금강모치 연준모치 등 희귀 동식물의 사멸과 댐의 안전성 문제, 비경 수몰 등의 이유를 들어 전국적인 반대 운동을 벌여 왔다.

환경연합은 이날 즉각 논평을 내고 “민주당의 댐건설 백지화 방침은 전 국민의 염원을 반영한 당연한 결과”라며 “앞으로 동강의 생태계가 보전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적극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녹색연합도 성명을 내고 “홍수예방과 물부족에 대한 대비는 단순히 댐을 건설하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민주당의 반대 입장은 물 문제에 대한 효율적인 수요관리 체계로의 인식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강원 票 날아갈라" 민주 서둘러 진화▼

민주당이 21일 동강댐(강원 영월군) 건설 백지화 방침을 당정협의를 통해 확정짓겠다고 발표한 것은 무엇보다 이번 총선에서의 강원 표를 의식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김원길(金元吉)선대위정책위원장은 이날 동강댐 건설 백지화를 확정할 당정협의 시점을 아예 ‘총선 전’이라고 못박았고 발표장에는 강원 원주시에 출마할 민주당 이창복(李昌馥)후보가 동석했다.

민주당이 이처럼 동강댐 백지화 문제를 꺼낸 것은 ‘동강댐 변수’가 강원도 선거에 미치는 파급력이 엄청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미 동강댐문제는 댐건설 예정지였던 영월뿐만 아니라 동강 물줄기가 미치는 태백-정선은 물론 충북 제천-단양에 이르기까지 부근 지역의 선거전 이슈로까지 등장했다.

강원도에 출마한 한 후보는 “강원도의 경우 영서지방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동강댐이 선거쟁점으로 등장한 상황”이라며 “일부 환경단체들은 동강댐 건설 백지화방침을 빨리 발표하지 않을 경우 여당후보에 대한 낙선운동도 불사하겠다고 통보해왔다”고 전했다. 이같은 지역정서 때문에 민주당 강원도지부(지부장 장을병·張乙炳)가 최근 당에 긴급 ‘SOS’를 쳤고 이를 당 지도부가 받아들였다는 전언이다.

이같은 여당의 움직임에 대해 야당은 댐 건설 백지화를 환영하면서도 그 시점에 대해서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나라당 김영순(金榮順)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강원도민의 하늘을 찌를 듯한 원성, 그리고 환경단체의 수많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백지화결정을 지금까지 미뤄온 것은 잘못”이라며 “이미 내렸어야 할 결정을 선거 직전까지 미룬 것은 강원도민과 환경단체의 표를 의식, ‘시간조정’한 의혹이 짙다”고 주장했다.

자민련 허노중(許魯仲)제2정책연구실장도 “댐을 건설한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물 부족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댐 건설을 재고해야 한다는 게 당의 입장”이라며 환영했다. 하지만 정책발표시점과 관련, 이규양(李圭陽)수석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선거를 코 앞에 두고 국가의 주요정책을 변경하거나 백지화하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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