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나간 경관' 만취상태서 윤락녀와 동침

  • 입력 2000년 3월 17일 19시 31분


‘넋나간 포돌이.’

윤락업소를 단속해야 할 경찰관이 만취상태에서 윤락녀와 동침하다 경찰관을 사칭한 성폭행 피의자에게 신분증을 빼앗긴 어처구니 없는 일이 생겼다.

서울 종암경찰서 월곡2파출소 소속 이모순경(27)이 사창가인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속칭 ‘미아리텍사스’를 찾은 것은 지난해 12월24일. 당시 술에 잔뜩 취한 상태에서 윤락녀와 동침중이었던 이순경은 경찰 단속반을 사칭하며 업소로 들이닥친 유모씨(31·운전기사)와 속옷바람으로 맞닥뜨렸다.

당시 유씨는 “서울경찰청에서 미성년자 단속을 나왔다”며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고 이순경은 “같이 일하는 사람끼리 한번 봐달라”며 선처를 부탁했다.

난데없는 경찰신분증에 내심 당황했지만 유씨는 태연하게 “반장과 상의해보겠다”며 이순경으로부터 건네받은 신분증을 갖고 달아났던 것.

이순경은 뒤늦게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윤락녀와 동침사실이 노출될 경우 책임추궁을 걱정,신분증 분실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그냥 넘어갈줄 알았던 이 사건은 최근 훔친 경찰신분증을 이용해 10대소녀를 성폭행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유씨의 자백으로 들통이 났다.

유씨는 3일 경찰관을 사칭해 10대 여중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검거됐다 자해소동을 벌여 병원에 입원한 뒤 경찰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병원 2층 창문을 통해 달아났다가 도주 10여일만인 다시 붙잡힌 것.경찰조사에서 유씨의 훔친 신분증 ‘출처’가 드러나면서 이순경의 ‘비위’가 뒤늦게 밝혀진 것.

서울경찰청은 이순경에 대해 품위손상을 이유로 징계조치했다 그러나 이순경은 “유씨와 맞딱뜨린 때는 바지의 지퍼를 내리던 순간이었기 때문에 윤락녀와 관계를 맺었던 것은 아니다”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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