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배 300억대 건설사 갈취기도…21명 영장 9명 수배

  • 입력 2000년 2월 29일 19시 10분


자산규모 300억원의 건설회사를 통째로 뺏으려 한 ‘간 큰’ 조직폭력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9일 폭력을 휘둘러 300억원대 자산의 건설사를 빼앗으려 한 혐의로 권모씨(51·강원 강릉시) 등 강원도 일대를 무대로 폭력을 휘둘러 온 조직폭력배 ‘오남이파’ 21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달아난 자금책 박모씨(46) 등 9명을 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권씨 등은 지난해 7월 강원도 강릉시의 E종합건설회사 대표이사 가모씨(52·서울 용산구 한남동)에게 낫과 회칼 등을 들이대며 “우리 말을 듣지 않으면 포클레인으로 땅속에 묻어버리겠다”고 협박, 강제로 등기부등본상 대표이사를 사직하게 한 뒤 10월 서류를 위조해 자신을 대표이사로 등재한 혐의다.

권씨 등은 지난해 6월부터 가씨가 강원도 동해시 K아파트 4개동 600가구를 신축중 부도가 난 유화건설을 은행빚 등 176억원을 떠안고 인수하자 조직원 30여명을 동원해 “강원도에서 사업하려면 우리 승낙을 받아야 한다”고 가씨를 협박, 권씨를 이사에 취임시킨 뒤 최근까지 접대비와 활동비조로 4000여만원을 갈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권씨는 이 과정에서 군산지역의 조직폭력배 ‘그랜드파’ 조직원들까지 불러들여 아파트 기공식도 못하게 방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가씨는 경찰에서 “권씨에게 협박받은 8개월 동안 40여차례나 동해와 강릉경찰서에 이 사실을 신고하고 신변보호를 요청했지만 모두 묵살됐다”며 “심지어 112에 신고한 사실까지 권씨가 알고 쫓아와 협박하는 바람에 서울로 도망와 신고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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