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서 '불' 3만5000가구 정전사태…14만명 추위 '덜덜'

  • 입력 2000년 2월 19일 01시 11분


18일 오후 8시20분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서울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부근 교원공제회관 앞 지하에 묻힌 전력공동구 3곳에서 불이 나 여의도 일대 백조 미성 한성아파트 등 3만5000여 가구와 인근 사무실에 한동안 전기 공급이 끊기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 때문에 아파트에 난방공급이 중단되고 엘리베이터가 가동되지 않아 주민 14만여명이 추위에 떠는 등 불편을 겪었다. 또 여의도 일대에는 교통신호기가 작동되지 않아 교통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불이 나자 소방서측은 소방차 80대를 동원해 진화에 나섰으나 정확한 발화 지점과 원인을 찾지 못한데다 현장에 유독가스가 가득 차 한동안 화재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 화재 진압에 나섰던 소방관 임한섭씨 등 2명이 머리와 허리를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백조아파트 관리소장 심상훈씨(57)는 “엄청난 양의 검은 연기가 공동구에서 2시간 가량 뿜어져 나왔고 오후 10시반경이 돼서야 연기가 줄어 들기 시작했다”며 “연기가 무척 독해 주민들이 기침을 하는 등 호흡곤란을 겪었다”고 말했다.

한국전력 비상복구반은 불이 난지 1시간만에 인근 전력선을 이용해 대부분의 아파트에 전기 공급을 재개했으나 일부 아파트는 18일 자정까지도 정전이 계속됐다.

불이 난 공동구에는 15만4천볼트 짜리 배전선로를 비롯해 유선방송 케이블, 초고속 광통신망, 상수도관, 난방용 온수관 등 각종 중요 시설들이 묻혀져 있어 피해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과 소방서 관계자들은 전력 케이블에 과부하가 걸리는 바람에 합선이나 누전으로 불이 났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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