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화재 수사/호프집 지배인 진술]경찰 단속 ‘겉핥기식’

  • 입력 1999년 11월 1일 23시 11분


인천 호프집 화재 참사는 경찰 등 행정당국의 겉핥기식 단속이 중요한 원인을 제공했다.

1일 경찰에 검거된 라이브Ⅱ호프 지배인 이준희씨(29)는 “그동안 매달 3,4차례 경찰단속이 있었지만 적발된 경우는 단 한번 뿐이었다”고 말했다.

사고 전 1년6개월 동안 지배인으로 근무했다는 이씨는 검거 직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경찰의 단속이 있을 때마다 가게 밖에서 망을 보는 망지기(속칭 ‘삐끼’)의 무전을 받고 불을 끈 뒤 셔터를 내리는 수법으로 단속을 피해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경찰이 단속을 나왔을 때도 셔터를 두드리거나 가게 안에 들어온 적은 한번도 없었다”며 “단속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호프집의 주인 정성갑씨(34)와 정씨와 함께 공동사장으로 등재된 김석이씨(33)는 친형제간이나 다름없는 사이”라며 “정씨가 소유하고 있는 인현동 일대 7개 업소는 김씨가 관리해 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사고 당일 화재현장을 탈출한 뒤 현장주변에서 만난 정사장에게서 ‘내 대신 사장행세를 해달라’는 제의를 받았지만 응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한편 사고현장 주변에 있는 상가주인들도 정사장이 경찰과 구청 등의 관계자들과 유착관계를 맺고 있어 ‘해결사’‘대부’ 등으로 불릴 정도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인 A씨는 “수년간 장사를 하면서 정씨가 경찰에게 돈을 건네는 장면을 수십번 목격했다”며 “이곳 상인들은 단속에 걸리면 정씨를 통해 경찰에 돈을 주고 부탁하는 방식을 많이 써왔다”고 말했다.

〈인천〓김상훈·윤상호〉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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