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청소년시설 원생들, 수재의연금 33만원 본사기탁

  • 입력 1999년 8월 12일 18시 23분


“넉넉한 사람들만 베풀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경기 포천군 관인면 중리에 있는 불우 청소년 수용시설 ‘해뜨는 마을’의 박수일(朴秀逸·59·목사)원장과 원생 51명이 11일 동아일보사에 수재의연금 33만원을 기탁했다.

이들이 마련한 33만원은 직접 농사를 지어 수확한 무를 판 돈. 그동안 원생들이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일손을 거들어 준 것을 고맙게 여긴 인근 주민 하영덕씨(47)가 올 봄 무밭을 내주자 정성껏 가꿔 두 트럭분의 무를 수확했다. 이를 의정부 포천 등의 식당에 내다팔아 어렵사리 33만원을 마련한 것.

“원생들을 모아놓고 ‘힘들게 마련한 돈인데 고기라도 실컷 사 먹을까, 아니면 졸지에 집이 물에 잠긴 이재민을 도울까’하고 의견을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한결같이 이재민을 돕자고 말하더군요.”

박원장은 “제대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성장한 원생들이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데 한 뜻이 된 것을 보고 목이 메었다”며 “원생들이 ‘사회의 소금’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95년 2월 설립된 ‘해뜨는 마을’은 폭력 절도 등의 범죄를 저질러 법원으로부터 감호처분을 받은 ‘문제 청소년’들을 수용하고 있다.

〈포천〓박종희기자〉parkhek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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