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폭우]비만 쏟아지면 「철렁」…긴장의 중랑천

  • 입력 1999년 8월 3일 01시 08분


서울 동북부를 흐르는 중랑천이 서울시내 수해피해의 주요 진원지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왜 해마다 중랑천이 문제인가.

중랑천은 경기 의정부 소요산 등지에서 발원해 서울로 연결되는 중형 하천. 서울시내 노원 도봉 강북 성북 중랑 동대문 성북 등 7개구를 흘러 한강으로 유입된다.

서울 시계(市界)에서 한강까지의 길이는 20.5㎞, 폭은 90∼220m로 방학천 도봉천 우이천 청계천 정릉천 성북천 당현천 등 10여개의 지천을 갖고 있다.

중랑천은 94년에 작은 규모의 수해를 일으킨 이외에는 90년대 들어 지난해 이전까지 별다른 수해피해를 내지 않았었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 도봉구 방학동 도봉동, 성북구 장위동 석관동 등 광범위한 지역이 침수된 데 이어 올해도 범람위기를 맞아 주민대피령이 내려졌다.

이처럼 중랑천이 갑자기 수해 발원지가 된데 대해 전문가들은 중상류 주변 지역의 벌판이 대규모 택지로 개발된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이홍래(李洪來)박사는 “중랑천 상류인 의정부와 노원 상계지역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홍수조절 능력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중랑천에는 도봉산 북한산 수락산의 험준한 계곡에서 빗물이 한꺼번에 밀려내려온다. 또 강바닥이 지류보다 높은 곳이 많아 역류하기 쉽다. 그런데도 지난해까지 도봉 노원지역에는 빗물펌프장이 한곳도 없었다.

지난해 수해가 나자 서울시는 부랴부랴 공릉 장위 석관동 등 3곳에 하수역류를 방지하는 수문을 설치했지만 빗물펌프장은 현재 설계단계로 올 하반기에 착공, 2001년경에나 완공될 예정이다.

게다가 상습침수지역인 방학천 일대는 바로 옆에 도로가 있어 더이상 제방을 쌓을 수 없는 실정이다. 흘러드는 빗물을 중랑천으로 직접 빼는 공사를 준비하고 있으나 2001년이나 돼야 완공될 예정이다.

그러나 서울시 관계자는 “경기 북부지역에 지난해와 올해 기상이변으로 폭우가 내리는 바람에 중랑천이 범람하는 것”이라며 “중랑천변의 연거푸 일어난 침수사태는 천재지변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서정보·김경달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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