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로비說 의혹]「등장인물」수사 전망

  • 입력 1999년 5월 31일 06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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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고급 옷 로비’ 의혹 사건 관련 인사 중 강인덕전통일부장관 부인 배정숙씨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관계자는 “배씨는 다른 장관부인들보다 나이가 열살 가까이 많아 장관부인 모임의 좌장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배씨가 지난해 12월 최순영회장 부인 이형자씨에게 옷값 2천4백만원을 대신 내라고 요구한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 이해하고 있다. 배씨가 다른 장관부인들과 옷을 함께 구입한 뒤 옷값 지불 문제를 처리하는 ‘해결사’로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배씨에 대해 알선수재혐의를 적용, 사법처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알선수재가 성립되려면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청탁’과 함께 ‘금품수수’가 있어야 한다.

청탁부분에 대해 검찰은 명확한 설명을 피하고 있다. 그러나 관계자는 “최회장 부인 이씨 본인도 남편 구명을 위해 로비를 하려 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지 않느냐”며 ‘공무’와 관련된 청탁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금품수수의 경우 돈을 직접 받지 않았더라도 돈을 요구하거나 받기로 약속했으면 범죄가 성립된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또 ‘라스포사’사장 정리정(본명 정일순·鄭日順)씨도 배씨와 이해관계를 같이해 함께 행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사실로 확인될 경우 알선수재의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배씨와 정씨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배씨와 정씨의 혐의가 밝혀지더라도 구속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배씨의 경우 폐질환으로 호흡도 제대로 못할 만큼 건강이 안좋고 정씨도 10분이상 계속해서 조사를 받을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연정희씨와 이씨에 대해서는 ‘피해자’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검찰관계자는 “연씨가 정씨, 이씨와 어떤 관계를 맺거나 거래를 한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라스포사에서 연씨 집으로 코트가 배달된 것에 대해 “연씨가 직접 받은 것이 아니고 연씨도 모르는 상태에서 정씨가 운전사를 통해 차 트렁크에 넣은 것”이라며 “연씨가 코트 배달 사실을 알고 올해 초 되돌려줬기 때문에 뇌물수수나 알선수뢰 등의 혐의로 처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씨도 제삼자들로부터 엉뚱한 요구를 받아 본의 아니게 오해를 했다는 쪽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사실의 오인(誤認)’에 해당해 명예훼손으로 처벌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씨의 경우 남편 최회장이 이미 구속돼 있는 점도 고려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의 이같은 입장과 태도로 미뤄 수사의 큰 방향은 대략 정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즉 고소인인 연씨와 피고소인인 이씨는 이 사건의 ‘피해자’로 처벌대상에서 제외되거나 면죄부를 받고 참고인들만 처벌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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