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옷 로비]與핵심「金법무 퇴진」대통령에 건의

  • 입력 1999년 5월 31일 06시 23분


‘고급옷 로비의혹사건’ 파문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여권 핵심부가 30일 김태정(金泰政)법무장관을 퇴진시킨다는 방침을 세우고 몽골을 방문 중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이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날 “김중권(金重權)대통령비서실장이 몽골로 전화를 걸어 김장관을 퇴진시키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장관이 스스로 물러나는 형식이 바람직하다”고 전제한 뒤 “김장관이 퇴진할 경우 후임자 인선은 다음달 1일 김대통령이 귀국한 후에 이뤄질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비서실장의 한 측근도 “김장관의 퇴진 여부는 김대통령이 귀국한 뒤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장관이 퇴진할 경우 후임으로는 신건(辛建)국가정보원 2차장이나 광주고검장을 지낸 김정길(金正吉)변호사 등이 여권 내에서 거론되고 있다.

‘고급옷사건’과 관련, 김장관 등에 대한 경질요구가 여권 내 일각에서 제기되자 청와대는 28일부터 30일까지 연일 일부 비서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김비서실장 주재로 구수회의를 열어 김장관 퇴진 여부를 심도있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측은 당초 “최근의 사태는 언론과 기득권 세력들의 마녀사냥식 여론몰이의 측면이 강한 만큼 이에 밀려서는 안된다”며 김장관 퇴진론을 일축하고 ‘검찰수사를 통한 의혹해소’에 주력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민회의 내 동교동계 구주류측이 김비서실장 책임론을 제기하는 등 여권 내 권력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자 방침을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동교동계 구주류 일각에서는 김비서실장 등 신주류가 김장관을 적극 옹호하며 ‘고급옷사건’ 초기에 여권 내 다른 채널의 ‘적극 대처’건의를 무시하는 등 독주한 것이 사태를 악화시킨 근본원인이라고 주장해왔다.

〈양기대·김창혁기자〉k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