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로비의혹수사]「등장인물」수사 전망

  • 입력 1999년 5월 30일 19시 18분


검찰은 ‘고급 옷 로비’ 의혹 사건의 주요 등장인물 중 강인덕(康仁德)전통일부장관 부인 배정숙(裵貞淑)씨의 ‘지위’와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배씨는 다른 장관부인들보다 나이가 10세 가까이 많아 좌장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배씨가 지난해 12월 최순영(崔淳永)신동아회장 부인 이형자(李馨子)씨에게 옷값 2천4백만원을 대신 내라고 요구한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 이해하고 있다. 배씨가 다른 장관부인들과 옷을 함께 구입한 뒤 옷값지불 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사’로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배씨에 대해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 사법처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알선수재가 성립하려면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청탁’과 함께 ‘금품수수’가 있어야 한다.

청탁 부분에 대해 검찰은 명확한 설명을 피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그러나 “최회장 부인 이씨 본인도 남편 구명을 위해 로비를 하려 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지 않느냐”며 간접적으로 청탁부분이 있음을 인정했다.

검찰은 또 ‘라스포사’사장 정리정(본명 정일순·鄭一順)씨도 배씨와 이해관계를 같이해 함께 행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사실로 확인될 경우 알선수재의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그러나 배씨와 정씨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배씨와 정씨의 혐의가 밝혀지더라도 구속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우선 배씨의 경우 폐질환으로 호흡도 제대로 못할 만큼 건강이 안좋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또 정씨도 10분이상 계속해서 조사를 받을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연정희(延貞姬)씨와 이씨에 대해서는 ‘피해자’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연씨는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코트가 배달돼 오해를 받았을 뿐 배씨나 정씨, 이씨와 어떤 관계를 맺거나 거래를 한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씨도 제삼자들로부터 엉뚱한 요구를 받아 본의 아니게 오해를 했다는 쪽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사실의 오인(誤認)’에 해당해 명예훼손으로 처벌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의 이같은 입장과 태도로 미뤄 수사의 큰 방향은 대략 정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즉 고소인인 연씨와 피고소인인 이씨는 이 사건의 ‘피해자’로 처벌대상에서 제외되거나 면죄부를 받고 참고인들만 처벌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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