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옷 로비說]「사직동팀」최광식반장 문답

  • 입력 1999년 5월 28일 22시 41분


한나라당 ‘장관 부인 호화의상 뇌물 및 갈취 진상조사특위’ 소속 의원들은 28일 경찰청을 방문, ‘고급 옷 로비사건’을 내사했던 청와대 사정조사반(일명 사직동팀)의 반장인 최광식(崔光植) 경찰청 조사과장을 상대로 이 사건에 대한 내사경위와 조사결과를 청취했다.

이규택의원과 김문수 이신범 김영선 김광원 이재오의원 등 6명으로 구성된 특위의원들은 이날 오전 11시반경 김광식(金光植)경찰청장을 방문하고 9층 소회의실에서 최과장으로부터 두시간에 걸쳐 설명을 들었다.

다음은 야당의원들과 최과장의 일문일답.

―언제 수사에 착수했나.

“1월 박주선(朴柱宣)청와대법무비서관이 구두로 첩보를 제공해서 1월15일 조사에 들어가 2월5일 종결했다.”

―첩보 내용은 무엇이었나.

“두가지였다. 하나는 이형자씨가 최순영회장의 외화밀반출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앙드레 김의상실, 페라가모 등에서 2천2백만원어치의 옷을 사 장관 부인들에게 선물했고 옷값은 수표로 지불했다는 것. 또 하나는 라스포사에서 검찰총장 부인이 3천5백만원짜리 밍크코트를 산 뒤 이형자씨에게 옷값을 대신 내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누구누구를 조사했나.

“전 검찰총장 부인 연정희씨, 전통일부장관 부인 배정숙씨, 김정길정무수석의 부인, 이형자씨, 이씨의 동생, 라스포사 정리정사장, 앙드레 김 지배인, 횃불 선교회 목사 등이었다.”

―조사 결과는….

“첫번째 첩보는 이씨가 장관 부인들에게 옷을 선물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두번째 제보는 전 총장 부인이 옷을 산 적이 없고 이씨가 옷값을 낸 적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결과를 박비서관에게 보고했다.”

―왜 배씨와 이씨를 대질신문하지 않았나.

“배씨를 1월18일 오후 1시부터 자정까지 11시간동안 조사하는 과정에서 배씨가 각혈을 해 병원으로 옮겼다. 일주일뒤인 1월27일 강인덕장관의 양해를 얻어 다시 병원에서 조사했는데 2,3시간 조사하니 상태가 악화돼 조사를 중단했다. 1월28일 산소마스크를 쓴 상태에서 다시 조사해 진술서를 마무리했다. 이씨와 대질 신문을 할 경우 흥분상태가 되면 위험하다는 의사의 말에 따라 대질신문을 벌이지 않았다.”

―장관 부인들은 무슨 옷을 샀는가.

“앙드레 김의상실에서 연씨가 옷 두벌을 1백20만원에 구매했다. 배씨는 30만원짜리 흰색 블라우스를 연씨에게 선물했다. 이 부분은 앙드레 김 매매장부에서 확인했다. 연씨가 산 1백20만원어치의 옷 두벌은 투피스 한벌과 20만원짜리 옷 한 벌이다. 라스포사에서는 지난해 12월 배씨, 연씨, 김정길 부인 3명이 함께 세일이라며 갔고 김정길수석 부인은 40만원짜리 옷을 샀으며 연씨는 70만원을 주고 옷 두벌을 샀다. 이들은 12월 28일 다시 라스포사에 가서 연씨가 재킷 40만원, 스카프 10만원짜리를 샀다. 그때 호피모양 밍크코트를 세 사람이 입어봤고 김장관 부인과 배씨가 연씨에게 어울린다고 말했다. 정사장이 연씨에게 사라고 권유했으나 연씨가 거절했다. 그러나 정사장이 연씨의 승용차에 밍크코트를 실었다. 연씨는 이를 몰랐다고 했다. 다음날인 29일 정사장이 연씨에게 전화를 해 ‘호피코트가 시중에서 7백만원 하는데 4백만원에 주겠다’고 말했다. 연씨는 그때서야 호피코트가 실려 온 사실을 알고 신정연휴가 끝난 날 옷을 반납했다고 진술했다.”

―이형자씨의 주장과 다르지 않나.

“이씨의 진술은 증명이 되지 않는다. 또 배씨의 진술과 관련해서도 서로 상반되게 인식했을 부분이 있는 것같다.배씨는 이씨에게‘비올때는 우산을 써라’고 말했다. 배씨는 이에대해‘우산을쓰라는얘기는 사법처리를 대비해서 심적 대비 등을 말한 것이다’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씨는 이에 대해 ‘우산이 로비를 의미한 것이다. 나한테 옷값을 얘기했다. 대납하라는 뜻으로 받아 들였다’라고 진술했다.”

―옷값 대납요구 건 조사는….

“이씨는 정사장이 12월 20일 자신에게 전화해서 ‘3천5백만원짜리 밍크코트(연씨 것) 값을 대납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사장은 이에 대해 ‘그런 전화 한 적 없다. 단지 19일 최회장 생일을 앞두고 난초 화분 보낸다는 전화만 했다’고 말했다. 확인 결과 꽃가게에서 20일 난초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의 주장은 과장이 많고 사실을 증명할 수도 없다.”

〈이원재·이현두기자〉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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