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옷 로비說]野 특위의원, 사직동팀장 면담

  • 입력 1999년 5월 28일 19시 52분


신동아그룹 최순영(崔淳永)회장 외화밀반출 사건과 관련, 김태정(金泰政)법무부장관(당시 검찰총장)부인인 연정희(延貞姬)씨가 강인덕(姜仁德)전 통일부장관부인 배정숙씨에게 최회장의 구속 가능성을 사전에 말했는지의 여부가 논란을 빚고 있다.

청와대 특명수사반 ‘사직동팀’의 팀장인 경찰청 최광식(崔光植)조사과장은 28일 경찰청에서 한나라당 ‘장관부인 호화의상 뇌물 및 갈취 진상조사특위’소속 의원들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청와대 박주선(朴柱宣)법무비서관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이 사건을 내사하면서 연씨가 배씨에게 ‘최회장이 연말에 구속된다고 하더라’고 말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최과장은 한나라당의원들이 “그같은 사실을 연씨와 배씨 양쪽 모두에게 확인했느냐”고 재차 묻자 “그렇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면담이 끝난 뒤 이부분에 대한 기자들의 확인 요청에 “배씨로 부터는 확인을 했으나 연씨가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진술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다소 애매한 답변을 했다.

김장관의 부인 연씨는 이날 검찰에 낸 고소장에서 이같은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이와 관련해 박비서관은 26일 사직동팀의 조사경위를 발표하면서 “최회장 부인 이형자(李馨子)씨가 남편을 구명하기 위해 최회장이 연말에 구속된다는 소문을 유포한 것 같다”고 밝혀 ‘최회장 구속소문’을 최회장의 부인 이씨가 낸 것처럼 발표했다.

이에 대해 야당의원들은 “연씨가 최회장 구속을 운운한 것 자체가 이씨에게 옷 상납을 강요하는 행위”라고 추궁했으나 최과장은 “연씨가 이씨에게 옷값 대납을 요구한 사실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부인했다.

최과장은 또 “배씨가 이씨에게 ‘구속된다고 하더라. 비가 오면 우산을 써야 한다. 우산을 준비해라’고 말했다”면서 “그러나 배씨는 우산의 의미를 묻는 수사팀에게 ‘사법처리되니 대비하라는 말이며 로비를 뜻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최과장은 여권이 라스포사를 이용한 야당인사 부인명단을 공개한 사실을 추궁하는 야당의원들에게 “우리는 김장관과 강인덕 전통일부장관 김정길(金正吉)대통령정무수석 등 세 사람의 부인옷 구입내역만 조사했으며 야당인사 부인 명단을 조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원재·이현두기자> w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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