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독립 檢-警 갈등]양쪽 입장 총청리

  • 입력 1999년 5월 7일 20시 04분


《해방이후 줄곧 논란을 빚어온 경찰의 수사권 독립문제가 또다시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자치경찰제의 도입을 앞두고 경찰이 일부 수사권(단순 형사사건과 교통사고)의 독립을 요구하고 있는데 대해 검찰은 ‘절대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인권보호’를 위해 어떤 제도가 더 좋을까.검경 양측의 주장을 소개한다.》

★ 경찰 ★

수사권 독립은 자치경찰제의 필수조건이라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다. 지방자치단체 소속인 지자체 경찰이 중앙집권화된 국가기관인 검찰의 지휘아래 놓일 경우 자치경찰제의 목적인 분권화와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경찰의 일관된 주장이다.

경찰은 또 사전에 사건 처리 기준에 관한 통일된 지침과 방침을 정하여 사건을 처리한다면 법집행의 통일성과 형평성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오히려 경찰은 현재처럼 검찰이 기소권과 수사권을 모두 독점하게 되면 수사권의 발동여부와 수사결과의 처리를 검찰이 자의적으로 결정하게 되어 공소권의 적정행사에 장애가 된다고 반박한다.

또한 검찰과 경찰의 관계가 철저한 상명하복과 지휘감독관계가 아닌 분산된 권한을 갖는 대등한 관계가 돼야만 국가기관간의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경찰 주장이다.

이와 함께 경찰은 50여년 전 형사소송법이 제정될 때와는 달리 지금은 영장실질심사 등 인권침해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어 수사권 독립에 따른 경찰의 인권침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변호사 수의 증가로 경찰 수사초기부터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기회가 늘어나 수사권 남용의 안전판이 되고 있어 인권침해는 걱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효율성 측면에서도 경찰의 수사권이 독립되면 경미한 사건의 경우 지금처럼 검사의 검토와 판단을 거치지 않고 경찰에서 간단히 처리할 수 있게 돼 사건관계자들도 이중조사로 인한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것.

한편 경찰은 그동안 고시특채와 경찰대생, 대졸출신의 간부후보생 등을 꾸준히 받아들여 80년대와는 달리 경찰의 자질이 많이 높아진 만큼 수사권 독립은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앞으로도 매년 3백명정도의 변호사와 사법연수원 수료자, 법학과 졸업생을 수사요원으로 특채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현두기자〉ruchi@donga.com

★ 검찰 ★

법무부는 “자치경찰제와 수사권 독립은 별개의 문제”라고 반박한다.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 경찰조직이 각 지방경찰로 다원화하기 때문에 법집행의 통일성을 기하기 위해 오히려 검찰의 수사지휘가 강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사법작용은 형평성과 통일성이 있어야 하는데 지방별로 수사와 처벌이 제각각 이뤄지면 국민이 승복하겠느냐”고 반문한다. 교통사고와 절도 폭행 등 단순 형사사건에 대해서만 독립된 수사권을 달라는 것에 대해서도 “단순사건과 복잡한 사건의 한계가 명확히 그어지는 것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공소유지 형벌집행은 일관된 행위인 만큼 공소유지와 형벌집행의 책임을 지는 검찰이 수사에 관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또 경찰의 수사권 남용에 따른 인권침해를 막고 권력기관간의 견제를 통해 사법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도 경찰수사에 대한 검찰의 견제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법무부는 “현재 검찰이 경찰수사에 관여하는 것은 ‘지휘’가 아니라 ‘견제’”라며 “시민과 일선 현장에서 직접 접촉하는 경찰의 부패와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서도 검찰의 견제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찰수사를 검찰이 반복함으로써 수사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당사자들에게 이중조사로 인한 불편을 준다는 주장에 대해서 검찰은 “현재 검찰이 보강수사나 재수사로 다시 조사하는 것은 경찰이 송치한 전체사건의 5%밖에 안된다”고 반박한다.

법무부는 경찰이 실질적인 수사권과 함께 폭넓은 ‘독립기소권’까지 행사한다고 주장한다. 연간 1백10만건에 이르는 즉결심판사건의 경우 경찰이 검찰의 간섭없이 벌금과 구류 등의 형벌을 부과하는 등 기소권까지 행사한다는 것.

경찰 ‘자질론’ 시비에 대해 법무부는 “경찰의 자질을 문제삼아 수사권 독립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 법치국가의 기본을 지키기 위해 반대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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