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 탈출」 귀순자 출신 김정용씨]

  • 입력 1998년 11월 29일 20시 44분


‘금강산 유람이 화제가 되는 요즘 북녘 고향과 남겨놓고 떠나온 가족이 그립다. 하지만 이젠 견딜 만하다. 내가 지칠 때 나를 도와주는 이들이 있기에.’

노숙자 생활을 하다 최근 서울 양천구 한빛사회복지관이 운영하는 ‘희망의 집’에서 공공근로사업을 하고 있는 김정용씨(28)는 귀순자 출신.

김씨는 몇달전만 해도 아무런 희망도 없는 생활을 했다. 함북 길주군이 고향인 그는 어려서부터 경직되고 획일적인 북한 체제에 적응하지 못해 북한말로 문제아를 뜻하는 ‘꽃제비’로 지냈다.

방황 끝에 93년 중국으로 탈출해 노동자 생활을 하던 그는 ‘살기 좋은 나라 남한’에 대한 소식을 전해듣고 다시 ‘자유롭고 행복한 세상’에 대한 꿈을 키웠다. 끈질긴 노력 끝에 한국에 온 것은 96년.

“그토록 갈구하던 곳에 드디어 왔구나 하는 느낌이었죠.”

그러나 기쁨도 오래 가지는 않았다. 자유롭기는 하지만 ‘하루하루가 살벌한 생존경쟁의 연속’인 남한 체제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았기 때문.

정부의 배려로 나가게 된 직장에서는 “너 혼자 잘 살자고 부모도 버리고 탈출했느냐”는 동료들의 비아냥과 따돌림을 견딜 수 없었다.

황폐해진 심신을 달래기 위해 시작한 술과 도박으로 결국 그는 1천5백만원의 정착금과 직장을 모두 날리고 8월부터 서울역에서 노숙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10월말 그의 처지를 알게 된 사회복지재단 ‘사랑의 전화’의 소개로 ‘희망의 집’에 입소하면서 그는 다시 ‘희망’을 되찾고 있다.

“이젠 진정 이 사회의 일원이 되었다는 느낌을 받게 됐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내가 깨끗하게 청소한 거리를 지나다닐 사람들을 생각하면 얼마나 기분이 좋은 데요.”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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