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살아이 4살때 기억, 법정증거능력여부 관심

  • 입력 1998년 11월 26일 19시 39분


검찰이 네살 때 살인현장을 목격한 여섯살짜리 여자아이의 증언을 중요한 증거로 내세워 30대 남자용의자를 살인혐의로 법정에 세웠다.

서울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정동기·鄭東基)는 26일 빚문제로 다투다 이웃집 20대 주부를 살해한 뒤 집에 불을 질러 단순 강도사건으로 꾸민 혐의로 이모씨(33·악사)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96년 8월22일 오후 9시20분경 서울 용산구 후암동 김모씨(여·당시 28세)의 집에서 김씨와 채권채무관계로 다투다 김씨를 목졸라 살해하고 김씨의 딸 김모양(당시 4세)을 때려 기절시킨 뒤 집에 불을 지른 혐의다.

김양은 두개골 골절상과 다리와 팔에 화상을 입었으나 화재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의 구조로 기적적으로 살아난 뒤 이씨를 살인용의자로 지목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네살짜리 아이의 진술만으로 살인범을 단정해 처벌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경찰에 보강수사를 지시했다.

영구미제로 남을 것 같았던 이 사건은 경찰이 사건발생 2년2개월여만인 지난달 30일 용의자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법원이 김양의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을 근거로 영장을 발부함으로써 ‘햇빛’을 보게 됐다.

그러나 용의자 이씨는 현재까지도 “김양이 착각하고 있다”며 범행 일체를 부인하고 있어 여섯살 아이의 ‘네살 때 기억’이 증거능력이 있는지 여부는 전적으로 담당재판부의 판단에 맡겨지게 됐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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