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요청」한성기씨, 이회창총재 장남과도 통화

  • 입력 1998년 10월 7일 06시 56분


판문점 총격요청 사건과 관련해 구속된 한성기(韓成基·39·진로그룹 고문)씨가 지난해 대통령선거에 이어 올해 6·4지방선거 때까지도 한나라당을 위한 정보보고서를 작성해 이회창(李會昌)총재의 동생 회성(會晟·53·전에너지경제연구원장)씨에게 전달하는 등 핵심측근으로 활동한 것으로 밝혀졌다.한씨는 또 이총재의 장남 정연(正淵)씨와도 두차례 통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구범회(具凡會)부대변인은 “정연씨에게 확인한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앞으로 관계기관이 불법도청을 해서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모든 관계당사자들에 대해 적절한 법적 대응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홍경식·洪景植)는 6일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빠르면 이번주중으로 회성씨 등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한씨가 6월의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소속 후보의 출마를 억제하는 것이 한나라당에 유리하다’는 보고서를 작성해 회성씨에게 전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회성씨는 ‘잘 알았다. 나중에 다시 만나자’고 응답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또 한씨가 장석중(張錫重·48·㈜대호차이나 대표·구속중)씨와 함께 지난해 12월 중국방문을 전후해 회성씨와 수차례 접촉한 사실도 밝혀냈다.

검찰은 “회성씨를 빠른 시일 안에 소환해 북한측에 대한 총격요청 계획을 사전에 보고받았는지, 또 사후에 이를 숨기기 위해 한씨 등과 협의했는지 등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씨는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주치의였던 고창순(高昌舜)전서울대의대교수를 통해 회성씨를 알게 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고씨가 진로그룹 고문으로 있으면서 장진호(張震浩)회장으로부터 한씨를 소개받아 회성씨와 연결시켜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고씨는 언론과의 접촉을 피했고 고씨 부인은 “남편의 건강상태가 안좋아 기자들을 만날 수 없으며 소문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한씨는 이 사건과는 별도로 고씨의 직인을 훔쳐 자신이 작성한 추천서에 날인한 뒤 이를 이용, ㈜포스데이터 고문으로 취직한 혐의로 8월18일 구속됐다.한편 사정당국은 이날 판문점 총격 요청사건과 관련해 구속된 전청와대 행정관 오정은(吳靜恩·46)씨 등이 지난해 대통령선거 직전 한나라당 이회창후보에게 전달한 ‘대선 보고서’를 공개했다.

사정당국은 “오씨가 15차례에 걸쳐 이 문건을 이후보에게 직접 전달했다”고 밝혔다.

사정당국은 “이 문건에는 이후보의 선거전략과 새 이미지 만들기 등의 내용이 들어있으며 오씨등이 이 문건을 들고 이후보의 승용차 안에서 독대(獨對)하며 선거상황과 전략을 수시로 보고했다”고 밝혔다.

사정당국은 또 구속된 한씨와 장씨가 북한측에 총격도발을 요청하면서 총격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북한측과 TV뉴스 시간대까지를 포함한 홍보방안을 협의하는 등 치밀한 사전준비를 했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지법은 한씨와 장씨의 한나라당측 공동변호인단이 신청한 증거보전신청을 받아들여 3일과 5일 이들에 대한 신체 검증 및 감정을 실시, 고문 여부를 조사했다.

〈서정보·부형권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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