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잠수정 수색작전]2차해치 열자 피비린내 진동

  • 입력 1998년 6월 26일 19시 11분


26일 오전 1시경. 함교위에서 흰 연기가 솟기 시작했다. 관계자들이 긴장했다. 생존자와의 전투가 벌어졌을지도 모르는 상황. 96년 강릉 잠수함 침투시 생포됐던 이광수씨(33)가 “폭탄이 설치돼 있을 지도 모른다”는 바로 그 장소였다. 내부에서 불이 났을지도 모른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주변의 우려도 잠시, 흰 연기는 사라졌다. 이후 조명등만이 불을 밝힌 밤바다에 또다시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총성이나 폭발음이 들리지 않아 교전상황은 아닌듯 했다.

함교위의 1차 해치를 연지 8시간만인 26일 오전 2시20분경. 현장이 갑자기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여러차례의 대화가 오간뒤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요원이 잠수정 내부로 진입했다.

동이 터오는 오전 4시 40분경. 어둠을 사르는 햇빛을 비릿한 피비린내속에 맞아야했다. 2차해치를 열고 조종실로 들어가자 머리에 총을 맞은 4명이 나란히 누워있었다.

이후 어렵게 문을 열고 승조원 침실로 들어가자 5명의 대원들이 난사한 총탄으로 온몸에 구멍이 뚫린채 뒤엉켜 있었다. 앞의 시체들에 비해 혼돈스러운 모습에서 이들이 앞쪽의 대원들에게 저항하다 이 곳에 몰려 사살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후 아군 대원들은 모포와 흰색 마스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적의 시체지만 죽은 자에 대한 예의였을까. 방파제위에 시체를 안치할 흰색 텐트가 설치됐다. 앰뷸런스가 방파제위에 주차한 상태에서 대원들이 흰색 끈을 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전 11시35분경 승조원들의 시체가 동해시 국군강릉병원 등으로 출발하면서 17시간동안의 ‘숨막히는’ 수색작전이 종료됐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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